트럼프 관세에 ‘불똥’…현지 생산기지 둔 韓 기업들 비상

입력 2025-02-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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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ㆍ멕시코에 국내 기업 다수 진출
삼성ㆍLG 생산지 조정 및 공장 이전 검토
기아는 일부 물량 수출 목적지 변경 검토
중국 추가 10% 관세 부과는 수출 악재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들 대다수 기업이 미국 시장 수출을 목적으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공장을 세웠던 만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 자동차, 철강 등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은 현지 생산 제품을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거나 공장을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건조기 등 일부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과 관련해 “공장을 꽤 많이 갖고 있고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며 “부품 공급부터 제조, 소비자에게 가는 루트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고 혁신시킨다면 큰 무리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도 멕시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멕시코 공장 이전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와 TV 등도 함께 생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창태 LG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율 관세가 부과된 제품은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유통업체와도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만일 관세 인상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변화를 해야 하면 생산시설 이전 및 기존 캐파(생산능력) 조절 등 적극적인 생산지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몬테레이에 기아 공장을 둔 현대차그룹 역시 생산지 조정이나 가격 인상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성국 기아 IR·전략투자담당 전무는 지난달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올해 나가는 물량은 K4 한 차종 약 12만 대“라며 "만약 아무런 조건 없이 멕시코에 수출 제재가 가해진다면 캐나다로 더 선적한다든지 (멕시코 물량의) 목적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도 "단기적으로는 관세만큼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한 대비를 하고 있다"며 "수익성을 훼손할 만큼의 큰 영향이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역시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 중이다. 포스코는 멕시코에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공장과 코일가공센터, 선재가공센터를 운영 중이다.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기업도 있다. 삼성전기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멕시코에 전장용 카메라 모듈 생산공장을 건설하려고 했으나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관세 리스크와 이후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인 캐나다에 진출한 배터리 기업들도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짓고 배터리 모듈을 양산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 퀘벡주에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한국 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1330억 달러로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의 수출 둔화 현상이 나타나면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등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철강의 경우 한국은 이미 대미 철강 수출 쿼터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에 직접 투자를 통해 진출한 기업은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멕시코에 직접 진출하지 않은 기업도 거래 중인 현지 업체들이 미국 수출에 타격을 입는다면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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