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은 치어리더의 이적 소식에 프로야구 KIA 팬의 한탄이 흘러나왔는데요. “KIA 선수들의 노력을 폄하하지 말라”며 일침을 날렸지만, 그만큼 이주은의 인기가 상당했다는 방증이죠. 이주은을 향한 관심이 커질수록 팬들의 불안은 커졌습니다. 올 시즌에는 한국이 아닌 대만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었는데요. 이 신빙성 있었던 짐작은 사실이 되었죠. 극비리에 이주은은 대만 프로야구단 푸본 엔젤스로 이적했습니다.
이주은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치어리더로 꼽히는데요. 이주은은 2024시즌 KIA 치어리더로 활동하던 당시 응원석에 앉아 화장을 고치다가 아웃송인 ‘삐끼삐끼’ 음악이 나오자, 화장을 멈추고 곧바로 춤을 추는 모습이 화제가 됐습니다. ‘삐끼삐끼’는 약 15초 정도의 짧은 전자음악에 맞춰 몸통에 붙인 팔꿈치를 위아래로 흔드는 KIA의 아웃송인데요. KIA 소속 치어리더 모두가 추는 춤이지만, 화장을 고치던 중간에 흘러나온 상황과 멋쩍게 웃으며 춤을 추는 이주은의 영상이 유독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주은의 영상은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등을 통해 알려지며, ‘삐끼삐끼’는 전 세계로 퍼졌죠. 지난해 8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도 소개가 됐는데요. NYT는 “동작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수많은 틱톡 계정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며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세우며 추는 이 동작은 복잡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 프로 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치어리더들까지 ‘삐끼삐끼’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리며 글로벌 인기를 실감하게 했죠.
그러자 이주은의 대만 진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습니다. 그간 대만 치어리더업계가 한국의 치어리더 영입에 활발했던 터라 어찌 보면 익숙한 루트였죠. 결국, 모두가 예상했던 결말이 지어졌습니다.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간) 푸본 엔젤스는 이주은 영입을 발표했는데요. 푸본 스포츠&엔터테인먼트(푸본 엔터테인먼트) 조이스 첸 사장은 직접 서울을 방문해 서울 여의도 푸본현대생명 본사에서 이주은과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조이스 첸 사장은 “야구팬들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주은 치어리더를 푸본 엔젤스에 영입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죠. 이주은은 “푸본 엔젤스의 일원으로 정식 합류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며 "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이주은의 대만행 소식이 전해지자 자연스레 ‘이주은 연봉’이 검색어로 떠올랐습니다.
한국 치어리더의 대만 진출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연봉’인데요. 한국의 경우 치어리더가 경기 외적으로 주목받을 기회가 적고 구단이 아닌 대행사에 몸담고 있어 수입이 매우 적습니다. 치어리더의 수입은 구단에서 경기당 인건비를 책정해 응원 대행사에 지급하면 대행사가 치어리더에게 일당 형식으로 주거나 월급으로 지급하는 식인데요. 한국 치어리더의 경우 일반적으로 일당 12만 원가량 수준이며 중견급 치어리더는 연봉 3000만 원, 유명 치어리더는 그 이상을 받는다고 알려졌죠. 물론 방송과 광고 등 외부 수입은 별도이지만, 경력에 비해 낮은 금액입니다.
한국 치어리더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박기량 두산 베어스 치어리더조차 열악한 업계 현실을 토로했죠. 박기량은 과거 방송에서 전성기 시절 한 달간 행사를 30번 이상 뛰면서 500만 원가량을 벌었다고 밝혔고, 최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박기량의 한 달 소득은 약 600만 원으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대만은 다른데요. 2일 대만 TVBS 방송 등 현지 매체는 대만 푸본 엔젤스가 이주은 치어리더를 영입하며 계약금 1000만 대만달러(약 4억4000만 원)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 금액은 대만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약 9000만 원)보다 크게 웃돕니다. 한국 야구선수들과 비교해봐도 월등히 높은데요.
억대 계약금 소문으로 반응도 엇갈리자 푸본 엔젤스 측은 계약금과 관련해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금액을 공개할 순 없지만, 계약금과 연봉을 합치면 ‘억’은 충분히 찍는 금액이 될 것이라는 반응들이죠.
이는 대만 진출 1호, 이다혜 치어리더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이다혜는 2023년 대만 프로야구단 라쿠텐 몽키스로 이적하며 본격적인 대만 활동에 나섰습니다. 이후 현지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며 대만 KEYPO의 여론 조사에서 2023년 상반기 치어리더 인기 2위를 차지했죠.
대만은 구단이 직접 광고까지 주선할 정도로 치어리더의 연예계 활동에 적극적인데요. 이다혜 또한 코카콜라, 화장품, 아이스크림, 게임 등 다양한 광고 모델로 활동 중입니다. 거기다 싱글앨범까지 발표하며 가수로도 그 활동을 넓혔고, 팬미팅도 개최하는 등 치어리더를 넘어 연예인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이다혜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대만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치어리더 연봉을 제외하고서라도 개인 광고, 방송 출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으로 얻는 부가 수익은 수억대를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다혜는 1년 만에 라쿠텐 몽키스를 떠나 웨이취안 드래곤스로 이적하며 계약금도 새로 챙겼습니다.
이다혜의 성공을 마주한 대만 야구단들은 숙소, 항공권, 통역사 등을 지원하며 한국 치어리더 영입에 힘쓰고 있는데요. 현재 대만 프로야구 6개 구단 중 5개 구단에서 한국인 치어리더 약 10명 이상이 활동 중입니다.
이제 치어리더의 인기 기준은 ‘대만 진출’로 가려지는 수준이 될 전망인데요. 도무지 막을 수 없는 그들의 대만행. 열악한 한국 업계가 되돌아봐야 할 열풍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