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산업, 이제는 끝낼 때

입력 2025-0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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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약 1년 전, 한국에서는 웅담 채취를 위한 사육곰 산업을 끝내자는 법 개정이 마침내 이뤄졌다. 2023년 12월 20일, 국회를 통과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이하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사육곰 산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누구도 사육곰을 소유하거나 증식할 수 없으며, 사육곰과 웅담과 같은 부속물의 양도, 운반, 보관 및 섭취도 금지된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와 동물복지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약 40여 년간 지속한 사육곰 산업의 종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남은 270여 마리의 철창 안 사육곰을 보호 관리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사육곰 산업은 1981년 정부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일본, 대만 등에서 곰 수입을 허용하며 시작했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동물보호 여론이 형성됐고, 1993년 한국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의 수입과 수출이 엄격히 규제됐다. 수출길이 막힌 농가는 국내에서 웅담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사회적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2005년 사육곰의 도축 연령을 10살로 낮추고, 적어도 사육곰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2014년부터 4년간 웅담 채취용 사육곰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행했다. 그럼에도 일부 농장에서는 사육곰 탈출 사고, 열악한 사육 환경 등 안전 사고 및 동물복지 문제가 지속됐다.

개정된 야생생물법과 하위법령은 올해 1월 24일부터 시행됐다. 구체적으로 사육곰 보호시설이나 동물원 등 법령에서 정한 곳 외 시설에서는 곰 사육을 금지하며, 기존 곰 사육농가도 올해 말까지만 사육이 가능하다. 탈출 사고 발생 시 신고 의무가 부과되고 질병이나 용도변경 등이 필요한 경우 수의사가 인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도 의무화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 규정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 120여 마리 수용 규모의 사육곰 보호시설을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건설하고 있다. 한편 국가 또는 지자체가 아닌 민간 보호시설 등록·운영을 위한 시설 및 전문인력 등 법적 요건도 제시하고 있다. 사육곰 종식을 위해서는 사육곰을 구조하고 보호할 수 있는 재원도 필요하다. 현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육곰 구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 캠페인 등이 진행되고 있다. 공공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사육곰 구조와 보호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요즘 주요하게 주목받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도 기업들이 사육곰 보호 프로젝트에 참여해 사회적 책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와 동물보호 단체가 협력해 사육곰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교육기관과 연계한 사육곰 보호 및 야생동물 복지 교육도 필요하다. 대부분 사육곰들은 치과 질환과 고혈압, 피부염, 관절염, 통증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길게는 20년이 넘도록 두 평 남짓 되는 철창에 갇혀 지낸 곰들의 육체적, 정신적 문제를 인도적으로 살피고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육곰 종식을 법제화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중국이나 동남아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웅담 구매의 유혹에 휩싸이기 쉽다.

이들 국가에는 아직도 1만 마리가 넘는 사육곰이 존재한다. 따라서 웅담 수요를 줄이고 사육곰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내 및 국제 교육 활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육곰 보호를 우리나라 동물복지 정책의 모범 사례로 정착시키고, 궁극적으로 야생동물 보호의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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