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민주주의 상징 총리 현안 질의…'격렬한 토론' 사라진 이유

입력 2025-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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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야당 의원이 총리에 질문
현안과 관련해 신랄하게 내각 지적해
2015년 기점으로 연설과 질문 감소세
SNSㆍ동영상 플랫폼 통해 질문하고 답해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회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총리에 대한 질문(PMQ) 모습. 여당과 야당이 바로 코앞에 마주 앉아 신랄한 토론을 이어간다.  (AP/뉴시스)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회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총리에 대한 질문(PMQ) 모습. 여당과 야당이 바로 코앞에 마주 앉아 신랄한 토론을 이어간다. (AP/뉴시스)

PMQ(Prime Minister's Questions)는 영국 의회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말 그대로 총리를 상대로 한 정치권의 날카로운 현안 질의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열린다. 국가 애도 기간 등 특이한 사유가 없는 한 매주 연다. 이때 여야 하원의원이 한자리에 모인다. 특정 현안에 대한 내각과 총리의 입장을 바로 코앞에서 질문하고 듣는다. 이름은 질문이지만 여당과 야당이 끊임없이 토론하고 결과에 다가선다. 특정 사안에 대해 총리와 의회, 국민이 소통한다고 보면 된다.

때때로 야당 의원은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모인 곳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영국 PMQ에서도 야유와 비난, 때로는 환호성도 쏟아지기도 한다.

윈스턴 처칠과 해럴드 윌슨, 마거릿 대처 등 영국 의회를 상징해온 굵직한 정치인 모두 이 PMQ 자리에서 후대에 남을 명언을 만들기도 했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30분 안팎의 PMQ를 위해 평균 8시간을 투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국회 본회의장이 웅장한 반원형인 것과 달리,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회는 소박하고 좁아터졌다.

바로 옆자리 의원과 어깨를 맞대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각과 야당이 몇 발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다는 게 특징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성대한 파티를 잇따라 열어 구설에 올랐다. PMQ에 나섰던 그는 바로 코앞에서 맹렬하게 쏟아진 여당의 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영국 노동당(야당) 여성 부대표는 보리스 존슨(사진) 전 총리와의 PMQ에서 "머리 빗질할 시간에 정국을 좀 살피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PMQ는 그만큼 신랄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진다.  (AP/뉴시스)
▲영국 노동당(야당) 여성 부대표는 보리스 존슨(사진) 전 총리와의 PMQ에서 "머리 빗질할 시간에 정국을 좀 살피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PMQ는 그만큼 신랄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진다. (AP/뉴시스)

다만 최근 PMQ에 관한 관심과 열기가 이전보다 감소했다.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적 자리였던 PMQ를 대신해 정치인들이 SNS나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의회의 상징이었던 PMQ가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영국 의회의 연설이 점점 짧아지고 악화했다. 열띤 토론이 사라진 셈이다.

영국의 시사주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더 큰 문제는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제 영국 의회에서 웅변의 시대는 사라졌다”라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38년 총리의 의회 연설은 평균 1000단어였다. 70대 영국 총리였던 제임스 캘러헌은 1965년 1만9000단어 길이의 연설도 했다. 예산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2015년 이후 PMQ에 나선 정치인들의 연설이 짧아지고 있다. 이들이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찾는 사이, 영국 의회 민주주의를 상징해온 격렬한 토론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2015년 이후 PMQ에 나선 정치인들의 연설이 짧아지고 있다. 이들이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찾는 사이, 영국 의회 민주주의를 상징해온 격렬한 토론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그러나 PMQ 기조연설은 2015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많은 정치인이 X(엑스ㆍ옛 트위터)를 비롯한 SNS와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한 탓이다. 결국, 지난해 PMQ에 나선 총리와 내각의 기조연설은 평균 460단어에 그쳤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이처럼 치열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아야 하는 의회에서 토론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은, 즉 토론의 부재는 영국 의회 민주주의의 쇠퇴를 의미한다.

벤 그리핀 케임브리지대학 역사학자는 "이제 웨스트민스터 의회는 더는 연설을 하고 질문을 던지는 곳이 아니다"라며 "정치인이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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