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측 “중복 증언 문제도…효율적 병합 필요”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6일 오전 10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 본격 시작에 앞서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하는 날이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항암 치료 중인 조 청장은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은 흰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출석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계엄 당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계엄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경력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한 혐의를 받는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조 청장 변호인은 “피고인은 판례가 공범으로 인정하기 위해 요구하는 ‘기능적 행위지배’에 이르지 않았다”며 “경찰청장으로서 계엄상황에서 경찰에 당연히 요구되는 치안 유지 활동을 부득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계엄군 활동 지원으로 오인받지만, 실질적으로 내란에 가담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계엄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범죄 실현을 막아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 변호인은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증거 기록을 완전히 검토하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내란죄, 국헌문란 목적, 공모관계 등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까지 4만 페이지에 달하는 서증을 신청했다. 내란죄 사건 피고인들이 이를 전부 부동의할 경우 약 520명의 증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내란죄 사건 병합 심리 여부와 관련해 검찰은 부정적 의견을 냈다.
조 청장 측은 “군 관련 내용도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는데, 그 부분을 다투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저희들 사건에서는 확정돼 버린다”며 “변론 분리와 병합을 효율적으로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 변호인은 “결론적으로 병합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증인의 중복 증언 문제도 있다. 다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결론의 차이가 나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27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