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유 섭취량 감소세에 고물가 직격탄
내년 미국ㆍ유럽 유제품 무관세 태풍에 경쟁까지
서울우유, 전 제품 A2 프리미엄 제품 생산 변경
매일-남양도 프리미엄 및 상품 라인업 다각화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4/08/20240803160641_2059804_651_428.jpg)
국내 출생아 수가 5개월 연속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유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우유를 대체할 만한 선택지가 많아진 현실에서 소비 반등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 이에 국내 유업계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 월간 출생아 수는 2만95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4.6%(2565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11월(17.5%)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출생아 수는 작년 7월부터 줄곧 2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증가율 역시 8월 5.9%, 9월 10.1%, 10월 13.4%, 11월 14.6%로 상승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인구감소와 저출산으로 고심하던 국내 인구구조 상황 속에서 모처럼 단비와 같은 소식이 들려온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본격화된 우유 소비 하락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가 늘자 당장 주 소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부터 흰 우유 소비가 하락 수순을 밟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청소년들의 식생활 영역 지표를 조사해 발표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 5년간 통계를 보면 하루 1회 이상 우유나 유제품을 섭취한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이 2019년에는 45.7%에 이르렀지만 2023년에는 동일 질문에 대한 답변 비율이 22.1%로 급감했다.
고물가 흐름 속 우윳값 상승세도 우유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월간 생활물가지수를 살펴보면 2023년 1월 115 수준이던 우유 가격(2020=100)은 그해 10월 120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달(124)까지 16개월 연속 1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수입 멸균우유 등으로 인한 경쟁 심화도 국산 흰 우유 소비 감소를 부추기는 추세다. 여기에 내년 미국과 유럽 유제품에 대한 무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소비 부진 역시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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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내 유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사 제품 프리미엄화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우유로 꼽히는 ‘A2 우유’로 생산 우유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A2 우유는 A2 단백질을 보유한 젖소에서 얻은 우유로 소화가 쉬운 우유로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모든 목장에서 A2 원유가 생산될 수 있도록 모든 설비를 A2 우유로 전환할 계획이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상품 라인업 전환에 고심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식물성음료 '어메이징 오트' 시리즈와 설탕무첨가와 저당, 고단백 등 다양한 컨셉으로 달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식물성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매일두유’ 제품 6종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파우치 형태의 그릭요거트 제품 등 '헬시 플레저' 흐름 속 누구나 건강식으로 즐길 수 있는 유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남양유업 역시 지난해 11월 유당 불내증 소비자를 겨냥해 유당 제로인 '불가리스 제로'를 출시하는 등 자사 히트상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 전문점 백미당을 통해서도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남양유업은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프리미엄 원두를 전 매장에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국 55개 백미당 매장 외에 추가 출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더 나아가 유업계는 안정적인 공급처로 꼽히는 'B2B'로도 눈을 놀리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은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인 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와 우유 공급 계약을 맺고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기존 서울우유, 매일우유 등에 이어 스타벅스 전용우유(지방 3.3% 함유) 생산에 추가로 합류한 것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출생아 인구수만으로 유업계의 성장을 점치기엔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결국 각 사별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