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에서 출토된 고급 놀이 유물…태자의 일상 재조명
월성서 발견된 의례 흔적, 신라 의식문화 엿볼 수 있어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에서 신라왕경 핵심유적에서 지난 10년간 조사한 주요 성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 청장은 이 자리에서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신라 왕궁 '월성'과 '동궁과 월지'에 대한 발굴 조사의 주요 성과를 설명했다.
이번에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신라의 태자가 머물었던 동궁의 진짜 위치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최 청장은 "신라 동궁의 위치는 애초 경주 월지 서편에 있는 건물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월지 동편에 있는 공간임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동궁 건물은 대지를 조성하는 단계부터 왕과 태자의 공간이라는 위계 차이를 두고 경관 조성도 계획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청장에 따르면, 기존 동궁 위치로 추정했던 월지 서편이 월성의 동쪽에 자리해 동궁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발굴 조사로 월지 동편에서 서편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의 건물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계가 낮은 월지 동편 건물지가 동궁이라는 게 최 청장의 설명이다. 월지 서편은 건물지의 위계도 높아 왕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 자리에 참석한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은 "신라 태자궁의 위치에 대해 학계에서도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에 태자의 별도 공간을 밝혀낸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 청장은 동궁에서 출토된 '상아 주사위'와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의 특수성도 재조명했다. 동궁에서 발견된 고급 놀이기구와 신라 공예문화를 대표하는 유물들을 통해 태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월성에서 추가로 발굴된 의례 흔적도 눈길을 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의례 제물로 바쳐진 개를 공개한 이후 12월까지 진행된 추가 조사에서 개 한 마리를 더 확인했다. 또 그 주변에서 수정 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와 둥근고리칼, 상어 이빨과 함께 1200여 알이나 되는 콩들도 더 발굴했다.
최 청장은 "발굴된 유물을 살펴본 결과 수정 목걸이는 수정이 꿰어진 실까지 함께 발견됐고, 수정이 담긴 나무 상자는 겉면의 옻칠 또한 정교했다"라며 "이 외에도 콩, 직물, 상어 이빨 등이 가진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모든 이야기는 1000년을 함께 한 신라의 중심인 월성에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