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개최된 가상자산 2단계 법안 관련 토론회에서 국내 업계와 학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법인의 가상자산 진출 허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장기적인 산업 발전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법인과 기관의 진입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6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에는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센터장을 비롯해 국내 업계와 학계, 법조계 전문들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육성과 건전한 거래시장 형성을 위해 법인의 시장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종섭 교수는 개인의 투자 방식을 설명하며 법인의 시장 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개인투자자의 가치평가는 상대평가”라면서 “소매 시장에서는 개인들이 자산을 사기 시작하면 버블이 형성되거나, 반대로 누군가 팔기 시작하면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반면, 법인은 특정 가치평가 범위를 가지고 투자하는 만큼, 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비교적 중장기적인 투자가 늘면서 기술 개발을 위한 안정적 펀딩도 가능해 (발전의) 기반이 된다”고 했다.
황현일 변호사는 법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효율성 제고 및 투자자 보호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인 투자자가 들어올수록 시장의 효율성이 제고되고, 효율이 높아질수록 불공정 거래는 발생하기 어려워진다”면서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안은 법인 투자자 허용”이라고 했다.
황 변호사는 “법인은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를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인은 개인에 비해 전문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스캠(사기) 코인을 미리 적발해 투자자의 대규모 손해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핀테크 산업 초기 기관 투자자가 사기성 상품을 걸러냈다는 과거 경험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위한 시장진입과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 및 투자자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공시 규제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당국에서 공적 기관이 이런 역할 수행하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법정 협회라도 이런 역할을 해야한다”면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근본적으로 탈중앙화 지향하는 만큼,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에 후견인적인 업무를 부과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갑래 센터장은 법인 투자 허용을 위한 수탁(커스터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BIS의 보고서를 보면, 가상자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커스터디”라면서 “법인계좌 허용이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이를 위한 (커스터디 등) 규제가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산업이 확장하면서 코인베이스 주가가 올랐는데, 이들의 성장동력은 코인베이스 트러스트라는 커스터디였다”면서 “국내에서도 기관 투자자와 법인의 투자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커스터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오늘 법인 투자 허용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가상자산 사업 관련 다변화,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 “2단계 입법에서 진입 규제나 산업 다변화 내용도 잘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법인 허용과 관련해서 공시 규제나 여러 부작용을 완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한다”면서 “지난달 가상자산위원회 회의 이후 실무 TF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관련 내용이 정리되면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