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서민 상환 여력 악화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가계부채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3.4%로 집계됐다. 1·2금융권 대출을 끌어다 쓴 취약계층이 마지막 보루로 받은 카드 대출마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일반은행은 금융지주 계열 중 카드 사업을 분사한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카드업을 하는 나머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다. 이들의 카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3.4%를 기록한 것은 카드 사태 막바지인 2005년 7월 말(3.6%)과 8월 말(3.8%)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2월, 5월, 8월 말에도 3.4%를 기록한 적 있지만 다음 달에는 각각 3.1%로 이내로 내려갔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KB국민·신한·하나·우리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1.53%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연말 기준 연체율은 △2022년 말 1.04% △2023년 말 1.34% △2024년 말 1.53%로 3년 연속 상승세다. 하나카드가 1.87%로 가장 높았고, 신한카드 1.51%, 우리카드 1.44%, KB국민카드 1.31%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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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문제다. 신용점수가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단기 카드 대출에 눈을 돌리는 취약차주들이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지난해 11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1342억 원으로 전월(7조1059억 원) 대비 소폭 늘었고,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잔액도 6836억 원에서 6918억 원으로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2023년 11월 말 106조2555억 원에서 지난해 11월 말 97조1075억 원으로 1년 새 8.6% 감소했다.
이미 대출을 최대한 당겨쓴 다중 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체율이 더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카드 사태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종전 최고치는 2005년 8월의 3.8%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 연체로 퇴로가 막힌 취약 차주들이 다중채무자로 전락해 부실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