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넘어
은행 대출 의존도 0.2%p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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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에서 급전을 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침체된 기업 경기가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기업(비금융기업)의 단기차입금은 682조2740억 원으로 전년 동기(627조2240억 원) 대비 8.78%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0.1%를 기록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비상계엄·탄핵 정국 여파로 종전 전망치(0.5%)보다 0.4%포인트(p)나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700조 원을 넘어섰을 개연성도 크다.
단기차입금이 전체 차입금(2656조103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2021년 20.06%(3분기 기준)에서 △2022년 23.20% △2023년 24.19%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23.89%)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단기차입금 비중은 25.69%로 2023년 대비 1.50%p 더 상승했다.
단기차입금이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이다. 투자 유치나 자금 조달이 아닌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만으로 운영이 어려워 빌리는 만기 1년짜리 대출이다. 단기차입금은 과도할 경우 기업의 자금운용 여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
단기차입금이 늘어난 것은 고금리ㆍ고물가ㆍ고환율의 복합 위기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단기차입금 상환 여력이 커지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혼란한 정치 상황이 더해지면서 경제 심리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2로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경기 하방 신호가 뚜렷해지는 만큼 앞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기업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 빚에 의존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이자 부채 증가로 인해 전 분기 대비 0.2%p 상승한 25.4%로 집계됐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만기가 짧은 단기차입금을 늘리면 빚으로 연명하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올해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 상승과 금리 부담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권은 리스크를 안고 기업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상 대출 총량 한도가 재설정되는 연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는 등 갈수록 어려워질 가계대출 영업 환경도 부담을 더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로 한동안 기업의 차환 부담이 커지고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올해는 내수 부진과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 등이 심화해 기업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엇보다 건전성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