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한중 문화교류 ‘협력·경쟁’ 병행을

입력 2025-02-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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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국어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사드 이후 중국내 한류 냉온탕 반복
미중 패권경쟁 확산 불똥 조심하고
점진적 교류확대 등 전략적 대응을

한중 관계는 언제나 국내외 정치·경제적 기류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 사회 일부에서는 탄핵 정국에서 부정선거 등을 내세워 반중 정서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하얼빈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환대하면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 의장이 중국의 문화 개방과 청년 교류를 언급하자, 시 주석은 양국 문화 교류가 ‘매력적인 부분’이라며 화답했다.

1992년 수교 이후 양국 문화 교류는 꾸준히 확대되었다. 중국은 K팝과 K드라마의 가장 큰 시장이었다. 그러나 2016년 사드 배치 직후 발동된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유통이 금지되었고, 분위기는 크게 위축되었다. 물론, 상황 변화의 신호도 없지는 않았다.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중국 내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블랙핑크의 마카오 공연에 참석한 중국 연예인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중국 내 한류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중국은 한류에 대해 복잡한 시각을 갖고 있다. 한류의 성공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중국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참고 모델 정도로 보자는 의견이 강하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한류를 글로벌 트렌드의 일부라고 보면서, 한국이 문화산업에서 강점을 지닌 이유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한류의 상업성을 지적하면서 지나친 자본 중심 구조와 팬덤 소비를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 전통문화와의 비교를 통해 한류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논조도 있다. 중국은 자국 문화 보호를 위해 한류 유입을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류 소비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재점화는 한중 문화 교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반중 정서가 확대된 것은,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동맹국인 미국이 중국과 ‘전면전’에 돌입하자, 한국 사회가 자연스럽게 중국과의 ‘국지전’을 벌이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이어질 텐데, 한국이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할지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외교적 긴장을 조성할 때 문화산업을 제재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향후 한·미·중 삼각관계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환대하며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역사,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헤어질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두꺼운 얼음 위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봄이 오면 자연스러운 해빙을 맞이할 것이다. 한류는 그때를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한중 문화 교류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구조가 이어질 것이다. 중국은 자국 콘텐츠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한국 콘텐츠의 유입을 제한하려는 경향을 보이겠지만, 한류의 글로벌 영향력을 고려하면 완전한 배척은 어려울 것이다. 지금으로선 한류 상품의 직접 판매보다는 간접 효과를 추구하는 전략을 꾸준히 구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여전히 ‘매력’ 있는 한류의 잠재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한령이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틱톡이나 웨이보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파생 상품의 마케팅 전략이 강화되어야 한다.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을 우회함으로써 중국과의 문화 교류를 점진적으로 모색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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