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작업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11080801_2135127_1200_800.jpg)
뉴욕증시가 12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25.09포인트(0.50%) 하락한 4만4368.56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6.53포인트(0.27%) 밀린 6051.97에, 나스닥지수는 6.09포인트(0.03%) 오른 1만9649.95에 각각 거래를 끝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0.5% 상승했다. 이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거의 변동 없는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CPI 상승률이 3%대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6월(3.0%)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2023년 8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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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1.1% 올라 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0.2% 내렸지만, 전월 대비로는 1.8% 상승했다. 식품 가격도 1월 중 전월 대비 0.4% 상승해 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특히 1월 달걀 가격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으로 전년 대비 15.2% 급등해 9년 반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4% 올라 시장 전망치(0.3%)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3% 올랐다.
CPI의 예상 밖 상승으로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없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될 전망이다.
웰스파고의 사미르 사마나 글로벌 주식 및 실물 자산 총괄은 “예상보다 더 뜨거운 CPI는 너무 뜨거운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확인시켜줬다”며 “위험 시장은 더 오를 수 있겠지만 지난 2년보다 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한 공개 행사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예상보다 더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데이터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CPI 결과와 관련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2%) 수준에 이르게 하는데 큰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목표치에 다다르지는 못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CPI 지표 발표 이후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술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0.09%포인트(p) 뛴 4.62%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2월 18일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장중 한때 4.66%까지 치솟는 장면도 있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0.07%p 오른 4.35%를 나타냈다.
국제유가가 12일(현지시간) 나흘 만에 하락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3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95달러(2.7%) 떨어진 배럴당 71.3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1.82달러(2.4%) 내린 75.18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이날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하락했다.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 러시아 원유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유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막 푸틴과 길고도 고도로 생산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며 “푸틴과 상호방문을 포함,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우리는 양측 협상팀이 (종전을 위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전화통화로 종전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웃돈 것도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럽증시는 미국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지만, 주요기업 결산 실적 호조에 소폭 상승했다.
12일(현지시간) 범유럽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0포인트(0.11%) 오른 547.78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110.20포인트(0.50%) 뛴 2만2148.03에, 영국 런던증시 FTSE지수는 30.05포인트(0.34%) 상승한 8807.44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지수는 13.29포인트(0.17%) 오른 8042.19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로버트 홀츠만 정책위원은 CNBC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가 유로존 인플레이션 위험도 증가시켰다”며 “현재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위협에 직면했고, 조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퍼진 가운데서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상승을 견인했다. 네덜란드 대표 맥주업체 하이네켄은 이날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15억 유로(약 2조2658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가는 14.10% 급등했다.
특히 돌프 반 덴 브링크 하이네켄 최고경영자(CEO)는 나아가 “미국의 알루미늄 관세가 맥주캔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올해까지는 회사가 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국제무역 흐름 중단에 덜 민감하다”고 말했다.
하이네켄의 선전으로 벨기에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 주가도 2.85% 뛰는 등 음료 부문이 강세를 보였다.
프랑스 명품 그룹 케어링(Kering)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4분기 매출을 발표한 뒤 이날 주가가 7.01% 상승했다. 4분기 매출이 43억9000만 유로(약 6조6313억 원)를 기록해 LSEG 예상치인 42억9000만 유로를 넘어섰다.
뉴욕 금값은 12일(현지시간) 관세 전쟁 위협 속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주목하며 소폭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90달러(0.13%) 하락한 온스당 2928.70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2.9%)보다 높은 3.0%로 발표되자 시장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메시지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하이릿지퓨처스의 데이비드 메거 금속거래 이사는 “CPI가 예상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금 시장에 압박을 줬다”며 “지금으로선 올해 말 시장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거란 기대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비용에 대한 기회비용이 커져 금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다만 여전히 관세 전쟁이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너메탈스의 피터 그랜트 선임 금속 전략가는 “금리 인상 전망이 금값에 압력을 가했지만, 추세는 여전히 긍정적이며 무역 우려가 시장을 계속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상승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13일 오전 8시 1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2.30% 상승한 9만8034.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5.86% 급등한 2754.9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리플은 2.72% 오른 2.49달러로, 도지코인은 4.59% 뛴 0.26584734달러로 각각 거래됐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12일(현지시간) 주요 통화에 대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와 비교해 떨어졌지만, 일본 엔화 대비로는 올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날보다 0.02% 상승한 107.95로 집계됐다.
유로ㆍ달러 환율은 0.5% 상승한 1.036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ㆍ엔 환율은 1.3% 오른 154.44엔을 나타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0.6% 높은 1.2444달러를 보였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밖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했다. 이에 달러화당 엔화 가치는 1주일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엔화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에 매우 민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