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마진 낮추고 물량 확보 사활
‘겨울=대목’ 깨지며 패션업계 실적 우울
“급변하는 기후에 판매 전략 재수정”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서지현 씨는 매일 아침 롱패딩을 입을지 고민한다.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에 두꺼운 롱패딩을 입고 지하철에서 땀을 뻘뻘 흘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에 다소 쌀쌀하다가도 조금만 걷거나, 낮이 되면 기온이 올라 롱패딩이 과하다고 느낀 적이 많다”며 “패딩 안에 입는 옷도 두꺼운 니트보다는 얇고 가벼운 것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113년 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평년(1991∼2020년 평균) 12.5도보다 2.0도 높은 14.5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1위였다. 이로써 재작년(13.7도)에 이어 2년 연속 연평균 기온 1위가 바뀌었다.
기온 상승은 산업계에도 작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유통, 식품, 패션업계가 기온 상으로 인한 환경 변화에 고충이 큰 상황이다.
대형마트업계는 과일과 채소 가격 상승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걱정해 마진을 낮추는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이 전년 대비 가팔랐던 상위 10개 품목 중 과일·채소 등 먹거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조사품목 458개 중 전년 대비 가장 크게 뛴 품목은 배로, 전년보다 가격이 71.9% 올랐다. 이어 귤(46.2%), 감(36.6%), 사과(30.2%), 배추(25.0%), 무(24.5%), 김(21.8%), 토마토(21.0%), 당근(20.9%) 등도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품목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물가 상승이 큰 상위 10개 품목 중 9개가 모두 과일·채소였던 셈이다.
농수산물 가격이 요동치며 국내 대형마트는 최저 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기획과 대량 구매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상품을 공수 중이다. 이마트의 경우 스마트팜 농산물을 확대하거나 육류와 수산물은 본격 판매를 시작하기 3~4개월 전부터 물량을 확보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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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슈퍼는 차세대 농업 기술 프로젝트 ‘내일농장’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 중이다. 이는 스마트팜을 비롯해 저탄소 친환경 인증, 신품종 농산물 등을 아우르는 신규 프로젝트로, 합리적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도입했다.
패션업계도 이상기후로 인한 타격이 크다. 특히 단가가 높아 패션업계 성수기로 꼽히는 겨울 장사가 예년만 못하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부동산 금융 사업으로 수익성을 강화한 LF를 제외하고 삼성물산 패션부문, F&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주요 패션사들은 전년 대비 일제히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패션이 주력인 백화점도 매출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백화점에서 명품을 제외한 여성정장(-5.7%), 여성캐주얼(-0.4%), 남성의류(-5.2%) 등 패션 매출은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상기온으로 매년 봄·가을이 짧아지고 겨울 온도는 높아지면서 패션·백화점 업계는 전략을 재수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