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의 역사를 쓰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5-02-1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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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는 10일(현지시간)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에서 완벽한 공연으로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AFP/연합뉴스)
▲켄드릭 라마는 10일(현지시간)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에서 완벽한 공연으로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AFP/연합뉴스)

폼이 절정에 오른 래퍼 켄드릭 라마가 다시 한번 사고를 쳤습니다. 그가 10일(현지시간) 펼친 슈퍼볼 결승전 하프타임 무대가 말 그대로 '레전드'를 경신한 것이죠.

올해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은 전 세계 1억2770만 명이 시청하면서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요. 그가 무대에 올라서자 시청자가 1억3350만 명까지 치솟았죠.

라마는 어떻게 13분 만에 모든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지난해 'Not like us' 단 한 곡으로 그래미 어워즈 5관왕을 휩쓴 켄드릭 라마.  (AP/뉴시스)
▲지난해 'Not like us' 단 한 곡으로 그래미 어워즈 5관왕을 휩쓴 켄드릭 라마. (AP/뉴시스)

알면 200% 더 재밌는 켄드릭 라마 표 무대
켄드릭 라마는 이번 무대를 순도 100%의 디스전으로 꾸몄는데요. 슈퍼볼 무대에서는 그간 볼 수 없었던 형식이죠.

앞서 지난해 라마는 드레이크와의 디스전으로 미국 전역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이 둘은 이전부터 미묘한 관계를 형성했는데요. 드레이크와 제이콜이 켄드릭 라마와 더불어 현세대 힙합의 '빅3'로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라마는 '최고는 오직 자신뿐'이라고 강조하면서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죠.

이 과정에서 라마의 4차 디스곡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는 엄청난 붐을 만들어냈는데요. 라마는 이 곡 하나로 그래미 어워즈 5관왕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됩니다. 정규 앨범도 아닌 싱글곡에 그것도 디스곡인 이 노래는 '올해의 레코드'에 이어 '올해의 노래'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도 과연 'Not like us'가 불리냐 마냐였는데요. 무대 후반부에 등장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라마는 'Not like us'를 부르기 위해 무대 곳곳에 드레이크를 디스하는 장치들을 마련해뒀는데요.

우선 특별 게스트로 드레이크의 전 여자친구이자 가수인 시저(SZA), 전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를 데려와 함께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SZA는 과거 미성년자 시절 드레이크와 교제한 이력이 있어서 드레이크를 '디스리스펙'하기에 적격인 인물이었는데요.

'Not like us'의 가장 유명한 펀치 라인인 'A minor'(미성년자)는 모두가 기다려온 무대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하지만 라마의 디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 슈퍼볼 무대는 흑인들을 통제하는 미국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흑인들의 재능이 각광받고 있지만, 그 산업을 쥐고 흔드는 건 결국 백인들이라는 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슈퍼볼 무대는 흑인들을 통제하는 미국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흑인들의 재능이 각광받고 있지만, 그 산업을 쥐고 흔드는 건 결국 백인들이라는 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미국 디스'…"잘못된 길 경고"
사실 드레이크에 대한 디스는 일부분에 불과했는데요. 이번 무대에서 주요 키워드는 '흑인 사회의 희생을 비롯한 억압과 저항 정신'이었습니다.

라마는 애초에 '디테일'로 유명한 래퍼인데요. 세심할 정도로 모든 디테일을 챙기다 보니 그의 무대에서 연출되지 않은 것은 없을 정도라는 말도 나왔죠.

우선 무대를 플레이스테이션의 패드로 꾸며내면서 '흑인 사회가 통제받고 있다'는 혹은 게임에 플레이어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는데요.

▲배우 사무엘 잭슨은 슈퍼볼 무대에서 '엉클 샘' 역으로 출연해 백인들의 입장을 대변한 대사를 내뱉었다. 이는 과거 '장고: 분노의 추적자' 속 그의 역할인 흑인 집사 '스티븐'을 떠올리게 했다. (출처=NFL 공식 유튜브)
▲배우 사무엘 잭슨은 슈퍼볼 무대에서 '엉클 샘' 역으로 출연해 백인들의 입장을 대변한 대사를 내뱉었다. 이는 과거 '장고: 분노의 추적자' 속 그의 역할인 흑인 집사 '스티븐'을 떠올리게 했다. (출처=NFL 공식 유튜브)

여기에 사무엘 잭슨을 게스트로 초청해 함께 무대를 꾸몄습니다. 사무엘 잭슨은 미국을 대표하는 캐릭터 '엉클 샘'으로 분장하고 나왔죠.

그는 중간중간 라마가 '힙합다움'을 뽐낼 때마다 이를 돌려 비판하듯 "너무 흑인답게(Ghetto) 무대를 한다"며 "'위대한' 미국답게(백인 중심으로), 슈퍼볼답게(퍼포먼스 위주로) 공연을 선보여야 한다"고 질책했죠.

하지만 이에 질세라 라마는 이를 가볍게 무시하고 자신의 랩을 펼쳐나갑니다. 그중 "40에이커와 노새"라는 언급을 통해 다시금 흑인들의 희생을 강조했는데요. 이는 남북전쟁 후 해방된 흑인 노예들에게 지급이 예정된 보상금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지켜지지 않은 이 보상안을 언급하며 이들의 희생을 '리스펙'한 것이죠.

또한, 백댄서들의 옷을 붉은색, 파란색, 흰색으로 입히며 미국의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듯한 퍼포먼스도 보여줬는데요. 여기서 라마는 백댄서들의 공간을 양분하고, 뒤섞는 과정을 통해 현재 미국의 분열된 상황을 표현했죠.

이날 슈퍼볼 결승 무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참석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잘못된 길을 경고한다'는 메시지를 관중석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켄드릭 라마가 '디스전'을 펼친 드레이크의 전 여자친구이자 가수 시저(SZA)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22년 닥터 드레 사단의 일원으로 하프타임 공연에 나선 그는 첫 솔로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AP/연합뉴스)
▲켄드릭 라마가 '디스전'을 펼친 드레이크의 전 여자친구이자 가수 시저(SZA)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22년 닥터 드레 사단의 일원으로 하프타임 공연에 나선 그는 첫 솔로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AP/연합뉴스)

'재미없다'는 비판에…"너희는 이해 못 해" 응수
다만 역대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음에도 일각에서는 '너무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왔죠. 특히 이번 무대가 힙합 솔로 무대로 꾸며짐과 동시에 상징적인 장치들로 도배가 되다 보니, 기존의 신나고 화려한 슈퍼볼 무대와는 결이 달랐던 탓인데요.

일부 네티즌들은 NFL 유튜브에 올라온 2022년 닥터 드레 사단의 하프타임 영상을 보며 "진짜를 보러 왔다. 이때가 너무 그립다"고 할 정도였죠.

정치적인 메시지가 불편하다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2016년 슈퍼볼 무대에서 비욘세는 흑인 인권 문제를 꼬집어 뜨거운 감자에 올랐죠. 당시에는 영향력 있는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켄드릭은 이 같은 비판을 미리 알고 있던 듯, 첫 곡에서부터 "루브르 앞에서 널 몇 시간 동안 앉혀놔도 네가 이 그림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렇게 켄드릭 라마는 미국의 역사 속 인종, 정치 분열을 표현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크립 워크로 논란이 됐던 세리나 윌리엄스. 이날 그는 전 남자친구 드레이크를 저격한듯 슈퍼볼 무대에서 다시 한번 크립 워크를 췄다. (출처=NFL 공식 유튜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크립 워크로 논란이 됐던 세리나 윌리엄스. 이날 그는 전 남자친구 드레이크를 저격한듯 슈퍼볼 무대에서 다시 한번 크립 워크를 췄다. (출처=NFL 공식 유튜브)

유행 제시한 K.라마…플레어 팬츠부터 크립 워크까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무대 중 하나인 이 쇼에서 '모두 까기'한 라마는 또 하나의 유행을 선도하게 되는데요. 그가 입은 플레어 팬츠로 인해 실제로 공연 종료 48시간 만에 '플레어진' 키워드가 5000% 급증했다고 하죠.

이외에도 컨버스와 나이키를 비롯해 식품 기업 하인즈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인즈는 'tv off' 속 가사인 '머스타드(MUSTAAAAARR!)'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바이럴 되며 하나의 밈(meme·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으로 자리 잡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머스타드 밈'에 적극적으로 합류하면서 DJ 머스타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성사시킨 것이죠.

이 밖에도 '크립 워크'(Crip Walk)를 다시금 유행으로 올렸는데요. 크립 워크는 197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갱단인 '크립스'에서 유래한 스트릿 댄스로, 스눕독과 같은 래퍼들이 퍼포먼스에서 활용하면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힙합 춤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테니스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크립 워크를 춰 논란이 된 세레나 윌리엄스가 다시금 크립 워크를 추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죠.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켄드릭 라마는 올 초부터 그의 영향력이 식지 않았음을 이번 무대를 통해 증명했는데요. 예술성과 흥행, 트렌드 선도라는 3마리 토끼를 잡은 켄드릭 라마. 그의 시대는 언제까지 황금기를 이어갈까요.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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