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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은 그 누구보다 '금융주'를 사랑하는 투자자였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 조차 버핏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금융주를 매력적인 자산으로 평가했다. 그랬던 버핏조차 최근 금융주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동안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셔웨이가 애플 주식은 그대로 보유한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금융주 보유 지분을 지속적으로 축소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증시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금융주'가 주목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버핏 조차 외면하는 금융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주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지주사들이 내놓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때문이다. 최근 국내 금융지주들은 '밸류업'을 기치로 내세우며 금융주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식 수를 줄이려는 시도가 나타났고,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을 늘려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금융지주사 최초로 '5조 클럽'에 입성한 KB금융은 올해 5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 1조7600억 원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책 강화를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과 함께 주주환원율을 40% 수준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역시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함께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을 때보다 '밸류업'을 말로만 외쳤을 당시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률이 더 컸다는 점이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실제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된 주주환원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을 내놓았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노력은 보이지만 절실함이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예외는 있었다. 가장 차별화된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우리금융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최근 발표된 지난해 실적에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중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실적발표 직후 우리금융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주가가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모든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을 강조했지만, 우리금융이 내놓은 비과세 배당은 확실히 차별화된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상의 배당 확대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 부족하며, 보다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이때도 우리금융을 금융지주 '최선호주'로 꼽기에도 무리는 있다. 여기서 버핏의 금융융주 투자 원칙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버핏은 2023년 "사람들이 은행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때 시스템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라며 은행들이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당대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우리금융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버핏의 시각으로 살펴봤을때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금융지주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되레 답은 찾기는 쉽다. 생각보다 시장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 방침과 함께, 지속적이고 차별화된 주주환원 전략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금융주의 매력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버핏이 우려할때도 우리 금융주들이 주목을 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차별화된 전략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고민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