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같은 듯 다른 드라마와 현실

입력 2025-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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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요. 골든타임이 지났는데도. 그날 결심했습니다. 나도 의사가 돼야겠다. 저 사람처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의학드라마 중중외상센터의 주인공인 백강혁 교수 역을 맡은 주지훈의 대사 일부다.

“그냥 딱 하나만 머리에 꽂고 간다.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이게 선생님이 우리한테 주신 첫 가르침이었습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낭만닥터김사부 시즌3 주인공 서우진 역의 안효섭이 환자 수술을 앞두고 한 대사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 고난도의 수술 장면, 환자를 살리는 의료진의 활약에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한다. 의학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때론 환자를 살리지 못해 자책하고 비난도 받는다. 그럼에도 환자를 살리는 드라마 속 의사들은 이내 박수를 받는다. ‘드라마’여서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대한민국 의료현실은 다르다. ‘응급실 뺑뺑이’, ‘필수 진료과 기피’, ‘소아과 오픈런’, ‘1분 진료’ 등이 현실이다. 또 의료과실 혹은 의료사고로 인해 매년 수천 건의 의료분쟁이 발생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23년 의료분쟁 조정신청은 2147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조정신청은 1만1407건에 달한다.

현실 속 의사들은 백강혁과 김사부처럼 수술과 처치를 하면 박수와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돌아오는 건 수많은 의료분쟁과 의료과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민·형사상 재판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2022년 보고서 ‘의료행위의 형벌화 현황과 시사’에 따르면 따르면 검찰청 ‘범죄분석’의 2011년∼2018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전문직은 8255명(연평균 1032명), 이 중 의사는 6095명(연평균 762명)으로 전문직 대비 의사가 73.8%에 달했다. 보고서는 매일 약 3명의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다는 것이다.

최근 법원은 2건의 의료행위 후 환자가 사망해 의료과실 여부를 가리는 재판에서 모두 의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의료 행위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 만으로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판단”이라며 의료사고 위험에 대해 사법부와 사회 전반의 각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의사의 책임을 물은 1~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하게 임상진단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지난해 친분이 있는 의사에게 소신진료와 방어진료에 대해 물었다. “방어진료 또는 수동적 진료를 한다는 말은 틀렸다. 대한민국 의사 누구도 환자 살리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나빠졌을 때 닥칠 미비한 법과 제도상의 허점 때문에 힘든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현재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의대증원, 필수의료 강화 등 의료개혁과 맞물려 의사 형사처벌 특례조항, 전공의 의료소송 면책 특례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탄핵국면으로 모두 제자리 걸음인 상태다.

의료과실에 의한 과도한 형사기소와 민사소송, 과실 여부를 떠나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인식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드라마 속 백강혁과 김사부처럼 소신진료를 펼칠 수 있는 법과 제도에 기반한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환자와 의사 모두가 희망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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