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P는 해외 ISP에 요금 지불…'韓기업 역차별' 우려
"정부, 국내 ISP가 정당한 요구할 수 있는 배경 만들어야"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서비스제공자(CP)의 ‘망 이용대가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망 이용대가는 CP들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 이들이 구축한 망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이다.
2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서울시 강남구 KTOA 빌딩에서 ‘제6회 통신 산업·서비스 스터디데이’를 열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망 이용대가 합의는 대형 CP와 ISP 간 협상력 차이에 기인하며 일부 사업자에 차별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일부 대형 CP는 시장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협상에 응하지 않으며 정당한 계약 체결을 외면하고 있다”며 “일부 대형 CP의 망 무임승차 문제가 반복될 경우, 또 다른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가 글로벌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국내 트래픽 사용량 중 42.6%를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차지했다. 반면 네이버, 넥슨, 숲(SOOP) 등 국내 CP는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현지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국내 CP는 해외 ISP에 요금을 내면서, 국내 ISP는 해외 CP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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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망 이용대가가 소비자 부담을 가중한다는 글로벌 CP의 주장도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구글의 유튜브 국내 요금은 타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며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의 2023년 유튜브 요금 인상폭은 8~17%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무려 43%에 육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글의 일방적 요금 인상 선례를 볼 때 망 이용대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 확대는 설득력이 낮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망 무임승차가 이동통신사의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ISP 입장에선 망 무임승차가 지속할 경우, 네트워크에 투자할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인터넷 망 트래픽이 급증하는 것에 비해 합당한 사용 요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ISP는 설비 증설, 유지보수 등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에 신 교수는 “ISP의 부담이 증가해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지연된다면, 네트워크 품질까지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무선 인터넷 속도 저하, 서비스 중단 등은 결국 이용자의 피해로까지 귀결된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망 무임승차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을 짚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를 제재하는 조치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이용계약의 원칙과 절차, 불공정행위 유형, ISP와 CP의 이용자 보호 의무 등을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으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이에 전문가는 망 무임승차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22대 국회에서는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망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신 교수는 “'망 이용계약 체결의 의무를 부여하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 모두 다 동의하고 있다”며 “그러니까 EU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내도록 하는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관련 법제화는 ‘어떻게 정부가 ISP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배경을 만들어 주느냐’의 논의”라며 “실질적으로 그런 법 체계가 있어야만 (국내 ISP가 글로벌 CP와) 그 다음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