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해외부문 리테일 수익 늘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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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다시 리테일 고객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서학개미(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급증하며 리테일에 강한 대형 증권사의 수익성이 개선되자, 중소형사도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리테일 고객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전날부터 신규 고객에 한해 1년간 미국주식 거래수수료 0% 이벤트를 시작한다. 달러 환전 수수료도 90% 할인해 주는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새로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한화투자증권 MTS' 출시에 맞춰 해외주식 투자자를 잡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새로 오픈한 한화투자증권 MTS 역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미국주식 등 해외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안타증권도 18일 국내주식처럼 20개의 호가 정보와 잔량까지 확인할 수 있는 '미국주식 실시간 20호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최우선호가(매수·매도 각 1호가)만 확인할 수 있어 매매하려는 종목의 정확한 호가 정보 파악이 어려웠다. 하지만 국내 주식처럼 매수·매도 각 10호가씩 20개의 호가 정보와 잔량까지 확인할 수 있게 돼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 밖에도 미국 현지 뉴스와 공시, 실적·배당 정보 등을 담은 투자정보 콘텐츠도 새로 제공한다.
교보증권은 100% 증거금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 해외주식 프리마켓 거래 서비스를 적용했다. 이 서비스는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미국·캐나다·영국·일본 등 10개국의 상장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서학개미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리테일에 강한 증권사들이 우수한 성과를 내자 중소형사들도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모습이다.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 상위 4개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증권)는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덕이 컸다. 해외주식 수수료는 국내 주식보다 약 4배가량 높아 브로커리지(위탁거래매매) 수익에 큰 영향을 준다.
그간 중소형사들은 리테일 부문보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IB)을 중심으로 수익을 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충당금 부담이 높아지면서 리테일 강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IB 수익에 강한 대형 증권사도 리테일에 주목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리테일 고객을 잡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메리츠증권은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를 완전 무료화했는데 특히 주식 매도 시 거래소에 내야 하는 수수료를 전면 증권사가 부담하는 것은 업계 최초라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이 리테일 강화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나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해 균형 있는 수익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변동성 국면이 지속함을 가정할 때 수수료와 이자이익 성장세를 바탕으로 방어력을 갖춘 증권사가 안정적 이익 성장을 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