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력 없다면서 온갖 먼지 다 제거
가볍게 움직이고 얼룩 제거 문제 없어
청소 후 분해‧세척 과정이 다소 고역

요즘 청소기 시장은 전쟁터다. 삼성‧LG전자에 중국 로보락 샤오미까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한 판 붙는 중이다. 이 치열한 경쟁 속 모두의 꿈의 청소기는 ‘다이슨’이다. 무선 청소기 시장을 만든 조상님이며 흡입력과 기술 측면에서도 그 명성을 떨쳐왔기 때문이다.
다이슨이 최근 건식 청소에 물청소까지 가능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평소 치킨과 피자를 함께 파는 집은 둘 다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다이슨의 이 신박한 혼종은 어떤 성능을 보일지 궁금했다. 다이슨 코리아로부터 ‘워시G1(WashG1)’ 제품을 약 2주일간 제공받아 직접 사용하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전한다.
조립과 작동방법 모두 간단하다. 사용설명서는 읽지 않는다는 쓸데없는 자존심이 있는데, 문제없이 조립하고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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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물통에 물을 채우고 작동하면 롤러에 물이 적셔지고 오염물질을 닦아낸다. 오염된 액채는 아래쪽 물통으로 모인다.
특이한 점은 청소기에 흡입력이 없다는 것이다. 다이슨 모터로 구동되는 두 개의 롤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모아서 제거한다. 롤러가 돌아가면서 바닥에 먼지와 이물질, 머리카락을 제거하고 극세사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롤러가 계속 회전하며 바닥에 액체와 얼룩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기의 소음은 일반 청소기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다. 가족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무게는 일반 청소기에 비해 다소 무거운 편이다. 물을 가득 채운 물통 무게를 감안해도 그렇다. 기기를 작동하면 롤러가 빠르게 돌아가는데, 의외로 청소기 헤드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타사 제품 중 원형의 물걸레 패드가 부착된 청소기를 사용해본 적이 있다. 그 제품을 사용하면 걸레가 돌아가는 방향대로 몸이 끌려가게 돼서 인간과 청소기가 싸우는 것과 같은 우스운 모양새가 된다. 다이슨의 워시G1은 롤러가 강하게 돌아가도 손목이 꼬이는 등의 느낌은 받지 못했다. 움직임이 매끄러워서 방향 전환도 가볍다.
20평 후반 평수를 전체 청소했을 때 걸린 시간은 36분이었다. 한 번 완충한 배터리로 충분히 청소가 가능했다. 36분이나 걸린 것은 기기 작동 미숙이 아니라 집이 더러워서다.
강아지가 실수한 흔적과 섬유유연제 자국 등은 대체로 2~3번 청소기를 왕복으로 움직여주면 다 없어진다. 오염도가 심한 자국은 4~5번 움직여야 한다. 기름때나 찌든 때 등 난이도가 높은 자국들은 워시G1로 해결이 안 된다. 미리 강력한 세제를 뿌려 가볍게 닦아준 뒤 G1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청소 목적에 따라 물 공급량도 조절할 수 있어서 오염도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30분간 청소하며 물통을 3번 정도 비우고 새로 물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방마다 오염수의 색깔이 다르다는 쓸데없는 정보도 알게 됐다. 카페라떼 색, 석탄 삶은 물 색, 양배추즙 색 등이다. 나의 집에 대해 자세히 알아갈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흡입력은 없다면서 잘만 흡입한다. 강아지 털과 긴 머리카락, 침실 바닥에 떨어진 오리털 깃털 등 잘 빨아들인다. 타사 무선 핸디 청소기에서 정전기 등의 이유로 먼지를 뱉어내는 오작동도 있는데, 워시G1은 오히려 수분이 있어서 그런지 문제없이 흡입한다. 평소 사용하던 타사 진공 청소기 제품보다 성능이 좋았다.

페인트 조각(가구 금속 부분에 칠해진 페인트가 떨어져 나온 것)은 한 번에 흡입하지 못했다.
먼지와 얼룩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것이 청소기의 큰 강점이다. 진공청소기를 돌린 뒤 물걸레로 또 닦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
헤드가 일반 진공청소기에 비해 큰 편인데, 한 번에 많은 구역을 청소할 수 있으니 장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좁은 가구 틈과 가구 아래 청소에는 한계가 있었다. 벽에 붙여서 워시G1을 움직이면 벽 쪽으로부터 2cm 정도 부분에는 롤러가 닿지 못한다.
청소를 끝낸 뒤 오염수통을 처리하는 것은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입구도 넓어서 쉽게 빼낼 수 있고 물 세척도 편하다.
워시G1은 사용자가 직접 손으로 먼지 트레이를 직접 들어내서 빼내야 한다. 집안의 온갖 먼지와 머리카락, 강아지털이 물에 젖어 뭉친 끔찍한 모습을 볼 수 있다. 69만9000원이나 내고 이 제품을 사면서도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걸까.

흐르는 물에서 가볍게 씻어내는 법도 있지만, 화장실 배수구 등에 이물질이 끼는 점 등을 생각하면 쉽지는 않아 보였다. 헤드 내부에는 보조 브러시바가 있는데, 여기에 감긴 머리카락도 직접 가위로 끊어서 제거해야 한다.
깨끗하게 세척한 뒤 청소기 헤드를 말려야 한다. 헤드는 마른 걸레로 물기를 가볍게 닦은 뒤 말리면 되지만, 흠뻑 젖었던 롤러를 말리는 데에 시간이 2~3일 걸렸다. 제품을 건조시킬 때 신문지를 사용하면 좋다. 이투데이 신문지를 추천한다.

결국 바닥 먼지 흡입과 물걸레질을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시간 절약 측면에서 좋은 제품이지만, 분해하고 말리는 과정까지 생각하면 전체 시간은 비슷할 수도 있겠다.
두 기능이 모두 들어갔는데도 먼지와 얼룩 제거 모두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해냈다고 평가한다. 역시 청소기의 근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