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자동차 등 25% 관세 예고
중국에 10% 추가 부과 시행 ‘촉각’
중국산 전자제품 중간재로 수출
가격 올라 미국 판매 줄면 한국 타격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자비한 관세 정책으로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 중국 관세 부과가 국내 반도체업계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우리 기업들이 만든 반도체의 상당 부분이 중국산 제품의 중간재로 들어가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진단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분야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2기 정부는 이달 4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는 25% 관세와 중국에 대한 10% 관세 등 두 가지를 부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25% 관세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한국 반도체기업들에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반도체산업 수출 전망’ 보고서를 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아직 중국에 상호관세 10% 부과 계획만 밝혔으나, 초기 공약대로라면 앞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가 계속 추가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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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중국에서 제조돼 미국에 판매되는 스마트폰 가격은 26%, 노트북·태블릿PC 가격은 46% 인상될 것으로 추정했다. 판매량은 각각 44%, 54% 감소할 것으로 봤다.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에서 판매되는 정보기술(IT) 기기의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미혜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해 가격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미국 빅테크 기업은 한국 반도체를 계속해서 수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 흐름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와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고 할지라도 수요는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사정은 다르다는 판단이다. 우리 기업이 만든 반도체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자기기의 중간재로 수출된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반도체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중국에 높은 비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이 높아질 것이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소비를 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 부장도 “반도체 분야에 25% 관세 부과뿐 아니라 대중국 관세 부과도 우리 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에서 미국에 제품 수출이 둔화하면 국내 반도체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반도체 25% 관세 이슈는 우리 정부가 협상해야 할 과제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등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 있지만 중국에 부과되는 관세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부장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불가항력적이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도 막무가내로 관세를 부과하는 데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관세 부과는 협상을 위한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