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이더리움 ETF 등 변동성·위험폭 큰 종목 매수
'저점 매수 기회'로 여긴 서학개미
美 증시 조정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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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하락 국면에서 오히려 미국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올해 들어 테슬라를 12억1839억 달러(약 1조739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들이 매수한 미국 주식 중 압도적 1위다. 2위도 역시 테슬라와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다.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를 8억8229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이 ETF는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테슬라 주가는 서학개미의 거센 매수세와 달리 이 기간 11% 가까이 하락했다. 전기차 판매량이 이전보다 부진한 데다, 중국의 비야디(BYD) 등 경쟁사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테슬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전기차 판매 실적이 감소했다. 올해 1월에는 유럽 주요국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전기차 판매량이 63.4%, 독일에서는 59.5%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가 '오너 리스크'로 작용하며 테슬라에 부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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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는 이더리움 선물지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2배 이더 ETF'도 많이 순매수했다. 이 ETF는 서학개미 순매수 3위 종목으로, 올해 총 2억852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더리움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라 변동성과 위험성이 큰데도 투심이 몰린 것이다.
이 외에도 서학개미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등 올해 주가가 많이 내린 종목들을 계속해서 담고 있다. 순매수 상위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건 사실상 인공지능(AI) 중심의 의료기술 기업 템퍼스AI뿐이다. 템퍼스AI는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보유한 종목으로 이목이 쏠린 데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의료용 챗GPT 개발 계획을 언급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의 내림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쓸어 담는 모양새다. 당장 주식 보관금액도 테슬라와 엔비디아, 애플,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마이크로소프트 등 순으로 많아, 빅테크 중심의 투자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기술주에 대한 단기적, 중장기적 투자 메리트는 유효하다"면서도 "레벨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높은 국면"이라고 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을 통해 여전히 AI 투자가 현재 진행형임이 확인된다면, 충분한 숨 고르기를 진행한 빅테크의 가격 매력이 재차 환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테슬라의 Grok-3 출시에서 다시금 검증된 것처럼 미국 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는 천문학적 규모이며, 메타의 실적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막대한 자본 지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수익성은 견고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