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8조' 대형사, 진출 의지 밝혀
발행어음보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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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내달 종합투자계좌(IMA)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첫 사업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IMA 사업을 인가받으면 별도 한도 없이 투자 영역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만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사업 진출 의지를 적극 보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 달 IMA 내용을 포함한 종합금융투자융사업자(종투사)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달 중순이나 하순께 IMA 업무 등을 담은 종투사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신규 초대형 트자은행(IB)를 지정하고 IMA 업무를 개선해 증권사들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당국은 지난 2013년 국내 IB 육성을 목표로 종투사 제도를 도입한 이후 2016년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8조 원이 넘는 곳은 IMA 사업을 허용하고, 4조 원이 넘는 곳은 초대형 IB로 지정해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IMA 사업자는 아직 한 곳도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곳도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에 그친다. 이번 종투사 개선안을 통해 신규 IMA 사업자와 여섯번째 초대형 IB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IMA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업을 위한 조건(자기자본 8조 원)을 맞춘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3000억 원 규모의 증자로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등 IMA 사업 운영을 준비해온 데다, 사업 인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MA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아직 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삼성증권(6조9306억 원)도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IMA 사업 진출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1조 원가량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한 뒤 사업 진출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가 IMA 사업자로 선정되면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IMA는 증권사가 가입자의 원금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고객예탁금을 운용하기로 하는 계좌로, 은행의 예금계좌와 비슷하다. 증권사의 기존 사업인 신용공여나 발행어음 등은 자기자본 200% 이내에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등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IMA로 모은 자금은 별도 한도 규제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고객 자금을 원금 보장에 가까운 상품에 투자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달리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등에 투자할 수 있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여섯번째 초대형 IB에 들기 위한 증권사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발행어음 사업이 자기자본 2배라는 한도는 있지만, 다른 조달 수단과 비교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모아 대출, 투자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종합금융팀을 신설했고, 하나증권도 초대형 IB 관련 업무를 개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다. 증권사 관계자는 "IMA 사업을 인가받은 증권사는 투자 영역의 상방이 뚫리면서 사업 영역이 막대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과도한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점과 모험 자본 공급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금융당국이 주시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