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영 라이즈 위원장 "중앙 예산 지자체 이양, 세계 '주목'"

올해 국내에서 라이즈(RISE,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가 전면 시행되면서 대학과 지역을 연계한 혁신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대학과 지역의 연계 움직임 또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한국이 추진하는 라이즈와 해외에서의 지역과 대학의 협업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다. 해외 도시들은 대학과 연계·협업을 이끌어냈다면, 국내에서는 중앙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 대학이 지역혁신의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특징이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연간 2조 원이 넘는 대학 재정 지원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다. 전국 17개 모든 시·도 지역에서 라이즈를 통해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인재양성-취업-정주'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교육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교육 정책으로 라이즈를 꼽으며 "17개 지자체는 직접 수립한 '라이즈 5개년 계획'에 따라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인재 정주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세계 주요 도시 또한 각 시도의 고유한 산업 및 지역적 특성에 맞춰 대학의 강점 분야를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한 바 있다.
스웨덴 말뫼시는 창업 중심 대학을 설립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 말 조선업 쇠퇴로 침체했던 말뫼는 폐쇄된 조선소 부지를 활용해 말뫼대를 설립, 정보기술(IT) 및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유럽 최고의 4차 산업 첨단 스타트업 도시로 탈바꿈하며 혁신도시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우 여러 대학을 연결하는 연구단지를 조성해 지역 혁신을 일궜다. 섬유, 담배 산업 등 전통산업이 몰락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를 연결하는 트라이앵글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공동캠퍼스를 운영, 지식산업 중심의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이 협력 모델을 통해 7000여 개의 기업 및 연구소가 입주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일궈냈다.
독일의 함부르크 하펜시티 프로젝트도 대표적인 대학의 지역 혁신 사례 중 하나다. 하펜시티는 1990년대 이후 쇠퇴하던 항만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복합단지로 개발됐다. 이 과정에서 하펜시티 대학교가 들어서면서 도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었고, 결국 성공적인 지역 혁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라이즈 정책은 앞선 세계 주요 도시의 대학과 지역 연계 혁신보다는 좀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대학의 지식 생산력을 지역 자원과 연계 및 협업해 창출했다면, 한국의 라이즈는 연간 2조 원이 넘는 중앙의 대학 재정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한 게 특징이다. 교육부는 올해 라이즈 체계 전국 시행을 통해 유·초중등·고등교육의 질·산업 기반·정주 여건 등 지역 격차를 해소해 모든 지역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김헌영 중앙라이즈위원회위원장은 “지역혁신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대학과 지역의 다양한 혁신 주체들이 협력할 때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즉,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뿌리내리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정책이 ‘한국형 라이즈’”라며 “지자체에다가 중앙 예산을 내려서 지역과 대학이 협력하여 대학 주도로 인재 양성, 취·창업 및 산학협력 등을 하도록 하는 건 한국이 '퍼스트 무버(선도자)'”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