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다양성 프로그램 유지키로...실리콘밸리 ‘DEI 후퇴’ 기조 역행

입력 2025-02-2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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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 주총서 ‘DEI 폐기’ 주주제안 부결
팀 쿡 “포용적 문화 유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애플이 채용 등에 있어 성별·인종·민족의 다양성을 장려하는 DEI(Diversity·Equity·Inclusion)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DEI 프로그램을 퍠지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과 대조되는 행보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온라인 형태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국가공공정책연구센터(NCPPR)의 ‘DEI 프로그램’을 폐지하자는 주주 제안을 반대 다수로 부결했다. 전체 표의 97%가 반대표였다.

앞서 NCPPR의 스티븐 패드필드 사무총장은 사전 녹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다양성 프로그램이 차별을 초래할 수 있고 강제적인 다양성 존중은 기업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존중을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 행위로 애플이 잠재적 소송에 노출된다고도 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DEI에 대해 “법령 준수를 위해 다소 변경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사람에 대한 존엄과 존중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강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라면서 “포용적 문화를 유지하고 우리만의 핵심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연설에서 “미국 정부의 공식 방침으로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으로만 한다”고 선언한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그간 시행해온 DEI 정책에서 후퇴하거나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채용 시 소수자를 우대하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고,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지난달 다양성 정책을 감독하는 팀을 해체했다. 아마존은 작년 12월 웹사이트에서 “DEI는 비즈니스에 이롭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일부 다양성 정책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인종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전 세계 인재들을 영입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DEI 프로그램에도 빅테크가 여전히 ‘백인 남성’ 위주의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2022년에 발행한 DEI 보고서에서 전 세계 직원의 약 4분의 3이 백인과 아시아인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성비 기준으로는 전체 인력의 3분의 2가 남성이었다.

애플이 DEI 유지를 택했다고 해서 회사가 ‘반(反) 트럼프’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쿡 CEO는 24일 발표한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고향이며, 우리는 국가 미래에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이사회 구성원, 감사인 및 회사의 임원 보수 인상에 대한 안건은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쿡 CEO의 연간 보상도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급여와 주식 보상 및 보너스로 총 7461만 달러(1069억 원)를 받아 전년보다 16% 올랐다. 회사는 매년 배당금을 늘릴 계획이며 올해 인상에 대해서는 5월에 투자자들에게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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