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본드·금리스와프 활용해 비용 낮춰야"

금융당국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장기적인 리스크를 고려하면 금리 하락기에도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게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의 필요성과 전제조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차주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인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선택해 리스크를 줄일 유인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주담대 시장에서 순수 고정금리형 대출의 비중은 작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말 잔액 기준 은행권 민간 주담대 중 순수 고정금리형은 2.5%에 불과하다. 변동금리는 68%, 혼합형은 28.8%를 차지했다. 비은행권에서는 순수 고정금리형 비중은 10.3%로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대부분 5년 이내 단기 대출이었다.
보고서는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를,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기 시장금리는 경기 상황과 물가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과 경상수지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아 소비자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차주가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선택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정금리 대출은 소비자의 금융 비용 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변동금리 대출자는 금리 상승 시 소비를 줄여야 하는 부담이 크다. 보고서가 인용한 김현열·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이자 비용 상승의 소비 감소 효과에 따른 미시 분석' 연구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p) 하락하면 변동금리 차주의 추가 소비 증가는 0.1% 정도였으나, 금리 1%p 상승하면 소비 감소 폭이 2.2%로 훨씬 컸다.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부담은 과제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면 금융사는 자산과 부채 만기 관리, 금리 위험 관리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보고서는 커버드본드, 금리 스와프 등 위험관리 수단을 충분히 활용하면 장기 고정금리 대출 취급에 따른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거시건전성 측면에서의 논란도 있다.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이 늘어나면 소득과 소비가 감소하는 불경기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통화정책에서 대외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불경기에도 충분히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변동금리를 통한 경기 조절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수준이 높고, 통화정책이 대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장점이 단점보다 클 수 있다"며 "정책대출 외에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거의 없는 만큼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 당국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증가를 위한 정책을 검토하고 추진하되 금융기관의 리스크 부담 완화를 위한 시장과의 조화가 필수적"이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