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ㆍ리츠부터 유동화증권까지…자금시장 홈플러스發 부실 파장 확산

입력 2025-03-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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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ㆍ단기채ㆍABSTB 등 금융채권 소매 판매만 총 6000억
투자 손실 우려 일파만파…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예상 못 했다”

홈플러스 회생 사태에 따른 위기감이 국내 자금시장 전체로 퍼지고 있다. 1900억 원에 달하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는 물론, 홈플러스 부지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와 리츠의 부지 매각 난항과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미상환 공포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투자 펀드ㆍ리츠 ‘발동동’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DM그룹은 MDM자산운용의 ‘카임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21호’를 통해 홈플러스 10개 점포를 갖고 있다. 본래 국민연금이 주요 출자자였던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츠 ‘코크렙NPS제2호’가 보유 중이었으나, MDM자산운용이 2021년도에 인수했다.

‘KB사당리테일리츠’와 ‘KB평촌리테일리츠’를 통해 각각 홈플러스 남현점과 평촌점을 갖고 있는 KB부동산신탁은 두 자산에 대한 ‘부실자산 발생사실’을 5일 공시했다. KB자산신탁 측은 “현재 임차인의 임대료 미납분은 없다”면서도 “추후 발생하는 임대료 수취에 불확실성이 예고돼 부실자산 발생위험을 공시한다”고 했다.

해당 리츠에는 많은 증권사와 운용사가 투자한 상황이나, 이전부터 이미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엑시트(자금 회수) 우려가 커졌다. KB사당리테일리츠는 파인아시아자산운용(24.94%), 한화투자증권(18.95%),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17.64%), 코리아에셋증권(16.24%), 유안타증권(12.41%) 등이 주요 주주다. KB평촌리테일리츠의 주요 주주는 한화투자증권(62.69%), SK증권(16.94%), 유안타증권(10.5%), DB금융투자(9.37%) 등이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사모 부동산 펀드 ‘코람코전문투자형 제63호’을 통해 성남시 분당 오리역 근처 애플플라자에 있는 홈플러스 분당오리점을 보유 중이다.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애플플라자는 상층은 오피스고, 지하는 홈플러스다.

다만 수도권 지역인 데다가 이미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는 우려가 덜한 편이다.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는 “홈플러스 분당오리점은 매각을 전제로 건물 상층부를 소유 중인 운용사와 협상 중인 자산”이라며 “개발 또는 리뉴얼 등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홈플러스 전주 효자점을 보유한 공모펀드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와 홈플러스 4개 점포(서울 영등포·금천, 동수원, 부산 센텀시티)를 보유한 사모펀드 ‘이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3호’를 운용 중이다.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는 이미 자산 매각이 어려워 최근 대출 만기를 6개월 연장했다. 이 기간 투자자에게 배당금이 미지급되는데, 회생 사태까지 터져 자금 회수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있다.

이외 유경PSG자산운용(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과 에프엘운용(에프엘제1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 등도 부동산 펀드를 통해 홈플러스 부지를 보유 중이다.

상장리츠 중에는 신한리츠운용의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연관됐다. 보유 자산인 인천 스퀘어원 주요 임차인이 홈플러스여서다. 이에 신한리츠운용은 최근 주주서한에서 “현재 홈플러스가 미납한 임관리비는 없으며, 지금까지 임대료를 체납한 적도 없다”며 “홈플러스는 약 120억 원의 선납임대료를 납부(전체 홈플러스 임대료의 2년 치)했으며, 가장 가까운 임대료 납부 시점은 올해 8월로 당장 특이사항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다만 회생절차 중 해당 점포가 폐점할 경우, 홈플러스가 인천 스퀘어원 연면적의 28%를 차지하는 임차인이라는 점에서 영향은 불가피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 부지를 갖고 있는 펀드나 리츠에 다양한 방식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회생절차 중 폐점하면 건물 공실 문제가, 임차료를 주지 않으면 대출금 이자를 못 갚는 펀드의 기한이익상실(EOD) 문제가, 부지 매각 시에는 자산 가치 하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P·전단채·ABSTB 등 금융채권만 6000억…투자 손실 우려↑

(출처= 한국기업평가)
(출처= 한국기업평가)

홈플러스 회생 사태는 홈플러스의 카드 대금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에 대한 회수 불능 가능성도 키웠다. 여기에 발행된 CP와 전단채까지 합치면 개인과 법인에 판매된 금융채권 규모만 6000억 원가량 된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6일 특수목적법인(SPC)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발행한 3739억 원 규모 ABSTB 신용등급을 C에서 D(디폴트)로 하향 조정했다.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의 280억 원 규모 ABSTB까지 합치면 홈플러스가 미상환한 ABSTB 잔액은 4000억 원이 넘는다.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의 ABSTB도 당장 이달 만기도래하는 유동화증권 미상환이 최종 확인되면 D로 조정될 예정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카드사의 구매전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며 카드 채권을 발생시켰다. 이후 증권사를 통해 설립한 SPC(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에서 이 카드 채권을 기초로 한 ABSTB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식으로 카드 대금을 상환했다. 구매전용카드는 납품업체와 구매업체 간 어음이나 외상 거래 대신 카드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거래수단이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이에 대한 상환이 미뤄진 상태다. 당장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는 5일 만기 도래한 ABSTB에 대해 홈플러스로부터 자금 상환을 받지 못했다. 이대로면 10일 만기 예정인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의 ABSTB도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유동화증권은 발행 주관사던 신영증권을 통해 개인 투자자도 약 3000억 원의 물량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는 유동화 과정에서 대금을 받았지만, 유동화증권을 산 투자자는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법원이 유동화증권의 경우는 금융채권와 상거래채권 중 어느 것으로 볼지에 따라 상환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ABSTB를 홈플러스 감사보고서는 기타금융유동부채로 분류했지만, 물품 구매 대금을 기초로 한 채권이란 점에서 상거래채권으로 볼 수도 있어서다. 통상 기업회생에서 상거래채권은 금융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앞선다.

시장에선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증권사를 통해 CP와 전단채, ABSTB 등 단기물을 찍어냈다는 점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 기업 회생 신청 직전에 단기물을 발행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단기물들이 리테일로 판매된 점도 회생 신청 후에 알았다는 입장이다.

이날 홈플러스는 “기업 CP나 ABSTB 등에 대한 시장의 수요와 관련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신용평가등급은 홈플러스의 지난해 회계연도 실적이 개선됐고, 부채비율이 1500%나 감소해 460%로 낮춰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A3에서 A3-로 예상치 못하게 강등됐다”며 “홈플러스와 주주사인 MBK 파트너스 모두 이러한 신용등급의 하락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CP와 전단채,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발행 등은 매월 정해진 날짜들에 주기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라며 “이를 갑자기 기획해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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