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숨통 터준 '회사채 발행' …'홈플 사태'에 도로 막히나

입력 2025-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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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0 17:19)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저신용 기업 자금조달 빨간불

홈플, 기업회생 직전 어음 발행
시장 불신 높아지며 호황에 찬물
BBB급 공모채, 줄연기·미매각
기업 신용따라 양극화 심화될 듯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연초 회사채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자 적자를 냈거나 업황이 침체한 기업도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회사채를 찍어낸 점이 알려지며 시장에서는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향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7일 3000억 원 규모 AA- 등급 회사채를 발행했다. 수요예측에서 목표액(1500억 원) 10배가량의 주문을 접수하며 발행액을 2배 늘린 결과다. 표면금리는 3.26%로 같은 등급 회사채 평균금리(3.17%)보다 높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1조2209억 원으로 23년 만에 적자 전환했지만, 자금 조달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올해 들어 국내외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며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 시장까지 활기를 띤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지난해 402억 원 영업손실을 낸 에코프로도 회사채로 4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한국자산신탁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신탁업 리스크 부각으로 불거진 지난해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을 뒤로 하고 지난달 자금조달 목표액(1000억 원)을 채웠다.

이런 ‘축제 분위기’는 최근 잦아들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를 기점으로 경영상황이 악화해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의 채권 부도 우려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4일 법정관리 신청을 열흘가량 앞두고 지난달 21일 발행한 50억 원어치 기업어음(CP)을 비롯해 올해에만 CP로 280억 원가량을 충당했다. CP는 1년 미만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홈플러스가 지난달까지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CP와 전자단기사채(STB) 잔액만 1880억 원 수준이다.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전단채(ABSTB) 4000억 원을 합치면 금융채권은 총 6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STB는 전자 방식으로 발행되는 1년 미만 단기 채권이며, ABSTB는 장기 채권(받을 돈)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만기를 짧게 나눈 상품이다.

효성화학은 이달 초로 예정된 500억 원 규모 1년물 BBB 등급 회사채 자금 조달을 미루기로 했다. 희망금리 범위는 6.7~7.7%였다. 효성화학은 4일부터 주식, 채권 거래가 모두 정지된 상태다.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 원에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매각했지만, 자본잠식 우려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앞선 것으로 보인다. 효성화학은 2022년 4088억 원 당기순손실을 낸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순손실을 냈다.

신용등급 BBB인 이랜드월드는 지난달 19일 1.5년물 600억 원을 모집했지만 미매각됐다. 이랜드월드가 제시한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 기준 ±30bp(1bp=0.01%포인트)였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파크와 이월드 등의 지주사로, 계열사 자금 지원을 확대하며 차입금이 늘어난 상태로 알려졌다. 이랜드월드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부채는 6조7849억 원에 달한다.

동화기업도 지난달 27일 2년 단일물 600억 원 모집에서 10억 원 매수 주문을 받는 데에 그쳤다. 동화기업 신용등급은 A-이며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축 소재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자 지난해 신용평가사들은 동화기업 등급 전망을 낮춘 바 있다. 제시한 금리 범위는 4.50~5.10%로, 같은 날 A- 등급 5년물 평균(4.98%)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증권가는 기업 신용등급에 따라 유동성 확보에 양극화가 나타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성종·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 사태 자체는 공모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없고 단기자금 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안정적 펀더멘털을 지닌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스프레드 축소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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