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높고, 고신용자만 통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오픈런' 현상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대출 공급이 제한되면서 이른 새벽부터 대출 신청을 시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문턱은 높다. 시중은행보다 금리 매력도 떨어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인 '포용금융'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1월에 신규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신용점수는 968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967점, 968점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는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1월 주담대 평균은 938점으로 인터넷은행보다 30점 낮았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평균을 기록한 KB국민은행(948점)을 포함해 하나은행(937점), 우리은행(935점), 신한은행(933점) 모두 인터넷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리 경쟁력도 눈에 띄게 약화했다. 이날 기준 카카오뱅크의 고정형(금융채 5년물 기준) 금리는 연 3.735%~6.1%,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는 3.77~6.62%로 나타났다. 반면 4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연 3.45~5.22%에 분포해 상·하단이 모두 인터넷은행보다 낮았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주요 대출상품의 가산금리를 조정했으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이 비대면으로 운영돼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적다. 이러한 효율성을 바탕으로 시중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탓에 보수적으로 대출 전략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대출 수요가 몰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 접근성과 포용금융 측면을 고려하면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무분별한 유입은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비대면 대환대출 수요를 흡수하면서 하반기 대출 영업에 제약을 받은 만큼 연초부터 철저하게 총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재지정을 계기로 연초 일부 완화했던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면서 당분간 보수적인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은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대출 규모가 작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관리 기조도 여전해 토허제에 따른 수요를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일일 신규 대출 취급 한도를 정해둔 만큼 대출 잔액이 급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