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비시민 투표 드물다...적발시 형사처벌‧추방
“수백만 명의 유권자 권리 박탈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권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시민권자임을 입증하는 사람만 연방 선거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사기로 낙선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선거에 투표하려면 미국 선거지원위원회(EAC)의 유권자 등록 서식에 미국 여권이나 출생증명서 등 미국 시민권자 증빙 서류를 추가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국토안보부(DHS)의 협조를 받아 각 주 유권자 명부를 검토하도록 지시한다. DOGE는 유권자 명부를 검토하기 위한 소환장을 발부받을 수 있고, DOGE 및 DHS와 협조하지 않는 주는 연방 보조금 지원이 삭감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우편투표와 관련해서도 선거일까지 접수된 것만 유효하도록 규정했다. 현재는 선거일 이후에 도착하더라도 발송일자가 선거일 이전이면 유효한 것으로 봤다. 이는 우편투표 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주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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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선거 기부도 금지한다. 외국 국적자가 미국 선거에 기부 또는 후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외국 자본의 선거 개입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외국 자금이 민주당이나 진보적 단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연방 선거법(FECA)상 외국인의 직접적인 기부는 지금도 금지돼있지만, 비영리단체(NGO)나 슈퍼팩을 통해 우회적으로 기부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허점도 막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연방법상 형사 처분 및 추방 대상이 되는 비시민 투표는 매우 드문 사례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결과를 좌우할 만큼 많은 비시민권자가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여권이나 출생증명서 등 시민권 입증 서류에 쉽게 접근이 어려운 유권자들의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민권 증빙 절차를 밟을 여유가 없는 빈곤층이나 우편투표 이외 수단이 없는 유권자들의 투표권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릭 하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법학 교수는 “수백만 명의 유권자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행정권력 장악”이라며 “(행정명령의) 목표는 순전히 유권자를 억압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일부 주정부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을 불법으로 규정해 법적 다툼도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선거제와 관련해 의회를 통하지 않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EAC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