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무좀 치료 240만 원”…과잉진료 의심병원 가보니 [8조 원의 행방 中]

입력 2025-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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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26 17:5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48만 원씩 5번 치료해서 240만 원입니다.”

귀를 의심했다. 48만 원씩 5번. 발톱무좀 치료에 총 240만 원이 든다는 것이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병원 관계자의 말에 무릎을 탁 쳤다. “어차피 실비처리가 되기 때문에 환자분께서 손해보실 것은 없어요.”

얼마 전 찾은 서울의 A 피부과의원 로비에는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적지 않은 이들이 치료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A 의원은 과잉진료 의심병원으로 보험 업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이다.

병원 로비 한쪽에는 보험상담창구가 따로 마련돼 있다. 접수 후 한 직원이 다가와 초진환자 진료를 위한 서류를 내밀었다. 첫 장에는 기본적인 신원과 병변에 대한 정보를 쓰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뒷장이다. 앞장과 비슷한 신원 정보를 쓰게 하더니 현재 가입한 실손보험의 보험사 이름, 통원비 한도, 자기부담금 등을 자세히 적게 했다. 서류를 건넨 직원은 “잘 모르시면 보험사에 전화해보면 알려주니 천천히 하시라”고 안내했다.

서류 작성을 완료했다. 이제 진료의를 만날 시간이다. 의사는 “오래된 것 같다. 내성 발톱도 있다”, “다른 쪽 발도 약하게 병변이 있는데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6개월 이상 걸리는 약물치료보다 레이저치료를 권했다.

“상담받으시고 고민해보시라”라는 말을 듣고 진료실을 나섰다. 이번에는 코디네이터라는 직원과의 의료 상담이다. “환자분께서는 양쪽(병변)이 다 심하시기도 하고….” 짧지 않은 대화 끝에 레이저가 아닌 발톱 교정 치료를 하기로 했다.

교정 치료비는 한쪽당 24만 원, 양쪽은 48만 원이다. 1회차 비용이 이렇다. 총 5회차까지 받으면 240만이 나올 것이라고 코디네이터가 설명했다. “오실 때마다 보험금 청구까지 도와드리겠다”고도 했다.

코디네이터는 “이 돈으로 5회나 치료받아야 하느냐”고 묻자 “통원한도가 커서 그나마 적게 오는 것”이라며 “한도 20만 원대인 분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와서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통원비 한도에 맞춰 치료 계획이나 일정을 설계해준 셈이다.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고사하자 “어차피 보험금이 바로바로 나온다”며 집요하게 권유했다.

결국 24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결제했다. 의원에서 알려준 대로 1차 치료비를 우선 실손보험 청구했다. 보험금은 다음날 입금됐다.

A 병원은 무좀 치료를 빙자해 다른 시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 의료법상 환자의 치료에 필요하지 않은 시술을 강요하는 경우 행정처분이 가능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시술이나 강요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가 심각하게 과도했다면 보험사 차원에서 지급을 거절했을 수 있다”며 “부정한 청구는 아니라고 보험사에서도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보험사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잉진료가 과다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며 “보험사기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무좀 치료가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기 사례가 최근 적발되기도 했다. 단순 과잉진료를 넘어 보험사기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과잉진료는 보험사기와 함께 실손보험 누수의 주범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해상·삼성화재·D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실손보험 판매사는 매년 2조 원 내외의 적자를 보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65%는 받음 보험금이 0원인 데 반해 보험금 수령 상위 가입자 9%에 지급된 보험금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도 과도한 비급여진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이러한 비급여 과잉진료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과잉 우려가 큰 일부 비급여 진료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본인부담률을 95%로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기 혐의점이 있는 과잉진료에 대한 대응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현재 1332 유선 신고뿐만 아니라 인터넷 '불법금융신고센터'에서 신고를 접수받고 있다"며 "최근 증가하는 보험사기의 연령별·종목별·직업별 주요 발생 유형에 맞춘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해 핀셋처럼 정교한 방식으로 촘촘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지 않도록 소비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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