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영진위원장 "중예산 영화 지원 통해 산업 허리 강화할 것" [이슈&인물]

입력 2025-03-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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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27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취임 9개월 만에 첫 언론 인터뷰…중동‧동남아 지역과의 영화 교류 강조

독립‧예술영화와 중급 규모의 영화 그리고 대형 상업영화들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영화인교육지원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영화인교육지원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예술영화에 관한 젊은 관객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며 "이런 관심을 발판으로 2000년대 초반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의 사례처럼 중예산 영화와 대형 상업영화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6월 한국영화의 발전을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10기 영진위원장에 취임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취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영화평론가 출신인 한 위원장은 그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연구교수,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영화계에 몸담았다.

그는 △글로벌 OTT 사업 확대로 인한 신규 한국영화 제작의 어려움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산업의 위축 △홀드백‧스크린 상한제‧객단가 등 산적한 영화계 현안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영진위원장에 취임했다.

한 위원장은 이 같은 영화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예산 영화 지원'과 '국제 교류' 등을 꼽았다.

먼저 중예산 영화란 순제작비 2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의 장편 실사 극영화를 말한다. 독립‧예술영화와 대형 상업영화의 중간에 위치한 영화로 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영화사에 대표적인 중예산 영화가 바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다. '살인의 추억'은 제작비 41억 원에 누적관객수 525만 명을 동원했고, '올드보이'는 제작비 30억 원에 누적관객수 326만 명을 동원했다.

문체부는 중예산 영화 지원을 위해 올해 100억 원의 예산을 신규로 편성했다. 한 위원장은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의 숫자 자체가 부족하다. 특히 주류 영화는 더 적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의 허리가 되는 중예산 영화"라며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처럼 일정 부분 상업성도 있고, 예술성도 있는 영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영화인교육지원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영화인교육지원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 위원장은 배우들의 '사회적 공헌'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를 보면 톱스타들이 시나리오가 좋은 저예산 영화에 노개런티나 낮은 보수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프랑스의 대표 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폴라 X'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트린 드뇌브는 굉장히 대중적인 스타다. 상업영화에는 큰 개런티를 요구하고 본인이 판단하기에 시나리오가 좋은 독립‧예술영화에는 개런티를 아주 적게 받고 나온다. 미래가 유망한 신인 감독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톱스타들이 적극적으로 독립영화에 출연해 재능 있는 감독을 키워주는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배우 윤여정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 송중기는 ‘화란’, 배두나는 ‘도희야’ 등 독립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화란’과 ‘도희야’는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음으로 한 위원장은 중동, 동남아,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영화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진위는 지난달 2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영화 교류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영진위는 사우디의 영화 진흥 기관인 사우디필름커미션과 △인적 교류 △상영 교류 △공동제작 협력 교류 △정책 교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한 위원장은 "영진위 산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노하우를 사우디 영화인들에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협업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단순히 국가적 차원의 교류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다양한 민간 자본이 투자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우디가 영화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이 관심을 공동 제작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한국의 기술력과 스토리텔링을 해외 자본과 결합하면 영화 시장 규모 자체가 넓어진다. 이들 국가는 우리에게 잠재적으로 중요한 영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영진위는 사우디에서 열린 제4회 레드시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산업을 소개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 바른손C&C 서우식 대표 등이 참석해 한국영화를 비롯한 K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렸다.

또 올해 1월에는 ‘만추’, ‘원더랜드’ 등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 등이 사우디 신진 감독 1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마스터클래스도 개최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편집,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토리보드 제작, AI 소재 영화를 활용한 실습 교육 등을 진행했다.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영화인교육지원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영화인교육지원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편 문체부는 영화, OTT 등 영상콘텐츠 간 경계가 흐려진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영상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통합법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럴 경우 영화의 개념이 ‘영상’, ‘영상콘텐츠’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이 개정되면 넷플릭스 등 OTT에도 영화발전기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 넷플릭스 작품인 '전,란'이었다. 이제 극장용 영화와 OTT 영화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라며 "그런 점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포괄하는 의미로서의 영화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개념이 바뀌면 구체적인 현안들이 굉장히 많이 떠오를 것"이라며 "시도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해야 하고, 그에 맞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 위원장은 부산촬영소의 안정적인 준공을 염원했다. 부산촬영소는 영화와 드라마 등 K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문체부와 영진위, 부산시는 이를 통해 현지 촬영 명소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부산국제영화제 등 부산의 다양한 영화·영상 콘텐츠와 결합한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지금 최우선의 대책은 영화 산업에 민간 자본이 많이 들어오게 하고, 부산촬영소를 통해 한국영화를 지원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다양한 나라들과의 공동 제작을 활성화해서 산업의 시야를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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