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생산 한ㆍ일도 수출물량 고민
美 빅3. 멕시코 생산분 수입 때 관세
테슬라도 배터리 수입 때 관세 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25% 자동차 관세를 공식화했다. 실질적인 이득을 보는 자동차 제조사는 ‘전무하다’라는 게 외신의 주된 분석이다.
피해는 유럽차, 특히 독일차에 집중됐다. 여기에 GM과 포드ㆍ스탤란티스로 대변되는 미국 빅3 조차 관세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주요 제조사는 최악과 그보다 덜한 차악, 둘 가운데 하나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자동차 관세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ㆍBMWㆍ아우디 폭스바겐 등을 공급하는 독일에 쏠렸다”라며 “이미 취약해진 독일 자동차 산업을 (이번 관세가)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백악관의 자동차 관세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EU는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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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에 피해가 큰 이유는 현지 생산설비가 한국ㆍ일본 제조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비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ㆍ아우디 폭스바겐 등도 미국에 생산 공장이 있다. 다만 고급 SUV 또는 일부 전기차 등 특화 모델 생산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엔트리급 또는 대중차는 상대적으로 인건비와 생산비용이 저렴한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미국에서 생산 중인 일부 SUV를 제외하면 관세 25%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관세를 피해 미국에 생산 공장을 당장 하나 세우기도 어렵다. 일단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필수. 여기에 지금 당장 조립 공장을 하나 세우려 해도 부지 선정과 자치주와 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공장을 건설해 양산까지 최소 3년이 넘게 걸린다. 해당 시점(2028년 하반기)이라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레임덕이 절정에 달할 수 있다. 굳이 공장까지 세워 관세를 피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일차보다 상대적으로 미국에 공장을 여럿 세웠거나 세우고 있는 한국ㆍ일본차는 이들보다 피해가 덜한 편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미국 빅3 브랜드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GM과 포드ㆍ스탤란티스 역시 인건비가 비싼 자국을 벗어나 멕시코와 캐나다에 조립공장을 세웠다. 여기에서 신차를 들여오는데 엄연한 관세 대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 예컨대 GM 역시 마진율이 낮은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 SUV를 한국 부평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한다. 그동안 한ㆍ미 FTA에 힘입어 무관세 혜택을 누렸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한국을 십분 활용했으나, 이제 관세 장벽에 가로막힐 것으로 우려된다.
NYT도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에서 생산한 쉐보레 소형 SUV 등은 미국 중산층이 구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가격경쟁력 하락을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 팔린 신차 가운데 미국에서 생산한 차는 53.4%에 불과하다. CNBC에 따르면 멕시코 생산분(16.2%)이 2위, 한국 8.6%를 차지하며 3위다. 현지생산과 맞먹는 물량을 한국에서 수출하는 셈이다.
복잡한 셈법은 자국산 부품비율에도 달려있다.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미국차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에서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부품을 가져와 최종 조립한다.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핵심부품에 25% 관세, 최종 완성차에 25%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설명자료를 보면 미국과 캐나다ㆍ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적용받는 주요 부품에 대해선 일단 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이 얼마나 관세를 유예 또는 면제받을지 결정되지 않았다.
테슬라도 여파를 받는다. 핵심부품인 배터리(파나소닉)를 비롯해 일부 모델의 전기모터 등을 수입해 쓴다.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가 예고된 만큼, 테슬라마저 관세 여파를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날 백악관에서 ‘자동차 관세가 일론 머스크에게(테슬라에) 좋을 것으로 보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립적이거나 좋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관세로 인해 전반적으로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테슬라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 제조사는 미국 시장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분을 제조사가 부담할지, 관세 인상분을 고객에 떠넘길지를 고민 중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관세 또는 환율변화 등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경우 본사와 현지 판매법인ㆍ딜러사ㆍ고객 가운데 어느 한쪽에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는 없다”라면서 “인상요인 대부분은 제조사 차원에서 부담하고 나머지를 판매법인과 딜러ㆍ고객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25% 관세는 유례가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제조사는 현지 생산이나 판매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