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현지 생산 물량 확대로 대응 방침
증설까지 최소 70만 대 관세 영향 피할 수 없어
미국에 85% 수출하는 한국지엠 ‘철수설’ 부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25%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생산을 확대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설비 증설 전까지는 약 70만 대가 관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생산 물량의 85%를 미국에 수출하는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은 ‘철수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차그룹도 관세의 영향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는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이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국한된다. 현대차·기아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관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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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70만8293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약 60%에 달하는 101만5500대를 한국에서 수출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생산을 확대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미국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포함해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능력은 현재 100만 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에 20만 대의 추가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120만 대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다만 증설이 완료될 때까지는 지난해 판매량 기준 최소 70만 대가 관세 영향에 놓일 전망이다. 게다가 신공장의 생산능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관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 시장에서 서로 차량을 공유해 각각 로고를 달아 판매하는 ‘리뱃징’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통해 일부 관세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전기차 밴을 GM에 제공하고 GM은 중형 픽업트럭을 현대차에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지엠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총 49만4072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84.8%인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사실상 미국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이 내달부터 생산가동조절(TPS)에 들어갈 것이란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올해 생산계획도 확정 짓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2018년 문을 닫은 군산공장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확대, 한국지엠의 수익성 악화 등은 결국 한국에서의 자동차 생산 감소로 이어지며 한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900만 달러) 가운데 49.1%를 차지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수출과 생산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 현지생산을 늘릴수록 국내 공장의 미국향 수출 감소는 불가피한데, 이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 5위에서 7위로 떨어진 한국 자동차 생산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