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족을 상대로 이른바 ‘카드깡’ 사기를 저질렀더라도, 금융기관도 피해자에 포함돼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등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주모 씨에게 징역 1년 5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함께 살던 처제의 인적사항과 신용카드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을 알고 있던 주 씨는 처제의 동의 없이 카드결제·카드론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도박, 코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주 씨는 처제 명의 휴대전화로 현금서비스 카드결제 대행업체를 이용해 2021년 12월 3일경부터 2022년 2월 24일 무렵까지 총 24회에 걸쳐 합계 7723만599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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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2023년 4월 14일부터 그해 6월 7일까지 카드사에서 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1억2456만 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와 2023년 7월 3일 13만 원 상당의 중고거래 사기를 친 혐의(사기)도 적용됐다.
지난해 6월 1심은 주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횡령금 등을 도박에 사용하고 일부 변제된 돈을 제외하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처제와의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해 범행에 이른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피해자인 처제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주 씨에게 징역 1년 5개월을 선고했다. 같이 살고 있던 처제가 피해자인 이상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해 이 부분에 대한 형을 면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친족상도례란 직계 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간에 벌어진 절도‧사기·횡령·배임죄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인 처제는 범행 당시 동거친족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형사재판에서 금융기관들이 이중지급의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친족상도례 규정의 적용이 일률적으로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가맹점이나 대출금융기관을 주 씨 범행의 피해자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는 검사에게 피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하도록 한 후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갔어야 한다”며 “원심 판결 중 형 면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