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유동성 한계…큰손 대신 개미가 98%
"종목 수 늘고 기관 참여 시 가격 안정 찾을 것"

#직장인 남궁 모씨(35세)는 최근 출근길에서 대체거래소(ATS)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려다 당황했다. 평소 관심 있게 보던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증권사 애플리케이션 알람에 들어가 보니 해당 종목이 주가는 1%대 오르는 데 그쳐서다. 알고 보니 프리마켓 시작 직후 최초 가격이 가격 제한 폭에 도달했다가 안정을 찾은 것이었다. 남궁씨는 "증권사 앱이 오류가 난 줄 알았다"며 "가격 변동이 이렇게 심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 거래 종목이 약 800개로 확대되는 가운데 프리마켓에서 시세가 왜곡되는 현상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 유동성이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투자자에게 유의하라고 알렸다. 넥스트레이드는 점점 거래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안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 거래 종목은 31일부터 796개로 늘어난다. 넥스트레이드는 4일 출범한 이후 10개로 시작해 △ 100개 △ 350개 △796개로 종목 수를 차례로 늘려왔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 등도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거래 종목이 대폭 늘어나지만, 프리마켓에선 가격이 크게 요동치는 중이다. 5일에서 20일까지 프리마켓의 최초가격이 1주에 의해 상한가 또는 하한가로 체결된 사례는 총 14종목(18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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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켓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거래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주 적은 수량으로도 가격이 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달 4일부터 24일까지 프리마켓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1.9%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일부러 일부 종목에 대해 상한가와 하한가 호가를 제출하고 체결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불공정거래를 시도하는 사례도 의심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아직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기관 등 '큰손'이 아닌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대다수인 점은 부족한 유동성의 배경이다. 개인투자자는 넥스트레이드 거래대금 9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거래대금이나 거래량에서 기관 대비 압도적으로 적다.
개인투자자가 넥스트레이드 시장의 첫 가격 결정방식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점도 시세 왜곡을 키우는 요인이다. 프리마켓의 최초 가격은 장이 열리자마자 주문이 체결되는 '접속매매' 방법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기존 한국거래소의 '단일가매매' 방식에 익숙한 투자자들이 해당 방법으로 주문을 내면서 상·하한가로 첫 가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정규장이 시작하기 30분 전 주문을 모으고, 시장이 열리면 한 번에 가장 많이 체결될 수 있는 균형가격으로 주문이 체결된다. 전날 종가의 상한가로 주문을 내도 실제 체결가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이유다. 반면 넥스트레이드의 '접속매매'는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조건이 맞으면 실시간으로 체결된다. 1주라도 누군가 상한가로 파는 주문을 내고 사는 주문이 있다면 최초가격이 상한가로 형성되는 것이다.
프리마켓 시간대에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금융당국도 투자자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 등은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시장가격을 왜곡하거나 타인의 그릇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가격 착시 효과로 인한 추종매매 등이 발생해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양 거래소, 증권사 등과 긴밀히 협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종목과 기관투자자 참여가 늘면서 시세 왜곡 현상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에게 필요한 대량·바스켓매매가 31일 재개되고 거래종목 수도 확대되면서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거래종목이 796개로 확대되면서 투자자 참여가 증가하고 유동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안정성 등 기관투자자들의 거래참여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