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8조↑…2월 증가 폭의 절반 '뚝'
신학기 이사 수요·은행권 관리 강화 효과
토허제 반짝 해제 후폭풍, 주담대 급증 가능성

국내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새 15조 원 넘게 줄었다.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식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22조4497억 원으로 전월(938조4억 원) 대비 15조5507억 원 감소했다.
이는 2월에 정기예금 잔액이 15조7006억 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며 연 3%대 금리를 잡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렸으나 3월 들어 이러한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예금 금리는 30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중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97%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하락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도 연 2.85~2.90%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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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으로 이동했다. 은행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2%대에 그치자 예테크(예금+재테크)족들이 대체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25조1471억 원에서 650조1241억 원으로 24조9770억 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상시 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만큼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으로, 내리면 증권·부동산 등 투자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정기적금 잔액은 39조4847억 원으로 전월(39조222억 원) 대비 4625억 원 늘었다. 일부 은행들이 출시한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금리 하락으로 수신 잔액이 줄어들자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으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면서 "최근 증시 부진으로 대기성 자금이 은행권으로 유입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한풀 꺾였다.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와 신학기 이사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지난 2월 서울시의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반짝 해제 여파가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이달에는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8조5511억 원으로 전월(736조7519억 원) 대비 1조7992억 원 늘었다. 2월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수요 증가로 3조931억 원이 늘어난 바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한 달 새 2조3198억 원 증가한 585조68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규모는 2월(3조3836억 원)보다 약 1조 원 줄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1조 원대 증가 폭을 유지해오다 지난달 3조 원 이상 급증한 뒤 소폭 둔화하고 있다.
전세대출 잔액은 121조3503억 원으로 한 달 새 5277억 원 늘었고, 신용대출은 101조6063억 원으로 3526억 원 줄며 감소 폭이 확대됐다.
기업대출 중 대기업대출 잔액은 162조172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6254억 원 줄었다. 중소기업대출은 663조1922억 원으로 8682억 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