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공통 과제 속 3개국 상황 제각각…韓 정치 불확실성·日 정책금리·中 내수부양

30일 외환시장에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원화와 엔화 간 상관계수(이달 25일 기준)는 0.22로 나타났다. 2023년 0.59, 지난해 0.66 수준에서 절반 이상으로 하락했다.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역시 약해졌다. 올해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계수는 0.56으로 2023년 0.59, 작년 0.61보다 낮아졌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화, 엔화, 위안화는 그동안 동조성이 짙었던 아시아 통화로 여겼다. 그러나 올해 들어 각국이 놓인 상황이 달라지면서 동조화 현상도 약해졌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란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엔화는 통화정책, 위안화는 내수부양책 효과를 놓고 각각의 향방이 달라졌다.
일본은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에서 올해 연 0.50%까지 인상했다. 17년 만에 최고치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렸으나 엔화 강세를 그만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의 2월 평균치는 151.76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던 작년 3월 평균 149.67엔보다 높고(엔화 가치 약세) 추가로 금리를 단행했던 작년 8월 평균 146.24엔보다도 높다. 기준금리를 0.5%까지 올렸던 올해 1월 평균 156.88엔보다는 그나마 낮은(엔화 가치 강세) 수치다.
일본은행(BOJ)이 5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 여파로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관측과 관세와 무관하게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분분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 소비자물가는 2% 목표를 한창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에 2025 춘투협상은 통화정책 긴축과 엔화 강세 전망에 쐐기를 박았다”며 “BOJ 금리인상은 기축통화군에 속화는 엔화와 달러 금리차 축소를 야기해 2분기 엔·달러 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위안화의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경기 내수 진작 정책이 각각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최대 관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중국 제품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전체 수출 성장률은 약 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글로벌 마켓에서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얼마나 부과할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내수 부양을 통해 경제가 일단 활성화되면서 미국의 관세 영향을 상쇄한다면 위안화의 약세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다만 통화 정책을 완화한다든가 기술적인 면에서는 위안화가 많이 풀렸을 때 대내외 금리 차 등으로 인해 약세로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쪽 통화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매력도는 강하지 않다라고 보는 것 같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트럼프 관세에 취약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비친다. 여기에 한국은 정치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위안화와 원화의 디커플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위안화만이 아니라 엔화, 유로화 강세에도 원화의 약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한국 내부의 정치적 요인과 내수 회복 지연 및 정책 부재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