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작년 비상계엄 이후 절반 1450원 이상서 주간 마감
연말 원·달러 환율 상단 1470→1500원 수정 전망 나오기도

3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와 달러화의 상관계수는 올해 들어 0.1도 밑도는 0.073으로 나타났다. 엔화와 위안화의 달러 상관계수가 각각 0.81, 0.8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관세 정책이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 홀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반증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달러 확보로 수급이 쏠리는 현상도 반영됐다.
원화 약세는 글로벌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졌다. 작년 11월 말 대비 이달 28일까지 달러 대비 등락률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4.9%(주간 종가 기준) 상승했다. 이는 G20 주요국 중에 엔화(-1.2%), 유로화(-1.5%), 호주달러(-4.1%) 등이 하락(해당 국가 통화 강세)한 것과 대조된다. 원화와 같은 수준으로 약세(환율 상승)를 보인 국가는 아르헨티나 페소(5.2%), 튀르키예 리라(5.3%) 정도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달 28일까지 1400원대에서만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장중 저가로도 1300원대로 내려오지 않았다. 작년 12월 3일부터 3월 28일까지 총 거래일(휴일, 연말일 제외)은 76일, 이 가운데 절반 이상(56.6%)인 43거래일 동안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 종가가 1450원 위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고가를 기준으로 하면 약 64.5%인 49거래일 동안 1450원 위에서 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27일에는 장중에 1486.7원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이후에 원화 강세(환율 하락세)를 보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면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해도 외환수급으로 원화 약세(환율 상승)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30원가량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30원이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에 머무는 만큼 14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여지가 있는 셈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현시점에서 디밸류에이션은 상호관세가 아니라 탄핵선고 영향”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원화는 지금보다 더 약세를 띨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비상계엄 직후 배포한 금융·경제 영향 평가 자료를 통해 “향후 정치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관세로 인한 외환수급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수정 전망도 나왔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올해 연간 원·달러 환율 전망치 하단을 1380원(기존 1360원), 상단을 1500원(기존 1470원)으로 수정했다. 위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은 탄핵 결과에 따라 4월 초 해소되겠으나, 수급 부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 증시 급락에 따른 내국인 해외투자 자금 청산, 혹은 트럼프의 대폭 완화된 관세 정책이 없는 한,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인 하향은 단기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