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임벌린은 1938년 뮌헨 협정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하나다. 당시 협정에는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이 참여했는데, 사실 주인공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였다. 히틀러에게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넘기는 게 협정의 핵심이었다.
이후 체임벌린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뉘었다. 히틀러와 손을 잡는 유화정책을 통해 당장 2차 세계대전 발발을 막았다는 것과 히틀러의 야망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결국은 2차 대전을 허용했다는 것. 역사는 대체로 전자보다 후자로 기억하고 있다. 뮌헨 협정 1년 만에 2차 대전이 발발했고 체임벌린은 자리에서 물러났으니.
이걸 보면 생각나는 게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독일에 영토를 내준 체코슬로바키아가 정작 협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제치고 러시아와 먼저 협상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손 내민 것 역시 유화정책을 상기한다. 지난주 트럼프는 푸틴을 막을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장담했다. 과연 지금의 행동이 전쟁을 막는 것인지, 미루고만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머지않아 미래의 모습도 닮아질 수 있겠다. 이유는 한 가지. 푸틴의 영토 야욕이 여전하다는 것. 그에 대한 근거와 현황을 이달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보도 후 연락이 닿은 새라 오츠 메릴랜드대 언론대학원 교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해왔다. 그는 “어떤 면에선 참 이상하다. 러시아는 이미 지구 상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데 말이다”라며 “푸틴에겐 결국 땅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제국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짚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외에 발트 3국을 위협하는 것도 그가 제국주의로의 회귀를 노린다는 분석을 설득력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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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트럼프가 체임벌린과 마찬가지로 유럽에 재무장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후세의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푸틴의 야망이 곳곳에 묻어나오는 한 그것만으로 후한 평가를 주기는 어렵다.
뮌헨 협정 체결 직후 윈스턴 처칠은 하원 연설에서 체임벌린을 질책했다. 적어도 그는 히틀러의 야망을 알고 있었다. 처칠이 강조한 건 독일의 침략을 막기 위한 강경한 자세였다. “국민은 우리가 전쟁 없이 패배했으며 그 결과가 우리의 길을 따라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처칠의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