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국내 증시에 공매도가 재개됐다. 2009년, 2011년, 2021년에 이어 네 번째다. 공매도는 1969년 한국에 처음 들어온 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야 했다. 400년 전 네덜란드에서 처음 고안된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매입해 빌린 주식을 갚는 방법으로 차익을 얻는 제도다. 이에 역사 속 공매도는 언제나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으며 강한 반발을 샀다. 1938년 대공황 시기 공매도가 주식시장 붕괴를 초래했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업틱룰’을 도입해 주가 급락 방지를 위한 일시적 규제를 마련하기도 했다.
GM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서 공매도의 긍정적 측면이 주목받았다. 기업의 부정적인 정보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 적정 가격으로 조정받도록 유도해 가격의 왜곡을 막는 '가격발견' 효과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더 나은 투자 결정을 이끄는 제도로 평가받았다. 초기 주가는 하락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임을 확인한 셈이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중국 루이싱 커피, 독일 와이어카드의 회계조작, 니콜라 수소 트럭의 사기 행위 등 기업 부정을 잡아내기도 했다. 2020년 루이싱 커피는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됐고, 와이어카드는 파산신청을 했다.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공매도는 언제나 공격의 대상이 된다. ‘가격을 떨어뜨려 돈을 번다’라는 점에서 반감을 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도적으로 ‘하락을 유도한다’라는 오해와 맞물려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물론 무차입 공매도처럼 불법으로 악용된 사례도 불신을 키웠다. 국내는 해외 선진국보다 공매도 도입이 늦었던 만큼 시장의 오해를 바로잡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미국 자본시장은 공매도의 두려움을 깨고 안착할 수 있도록 100년 넘게 제도 개편을 거듭했다. 당국은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개발 등 제도적 보완을 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할 때 투자자들은 환호를 지르면서도 깊은 마음 한쪽에는 반대매매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때 이러한 불균형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도구가 공매도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에도 공매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싶은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매도를 둘러싼 오해를 풀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번 공매도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앞으로 더욱 성숙한 자본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