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재판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재판사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따라서 대법원은 수소법원이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게 아니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고 “유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1일 밝혔다.
피고인 A 씨는 2020년 7월 자신의 형사사건 재판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대전지법에 재판기록 열람 및 복사‧출력 신청을 했다. 이후 A 씨는 대전지법으로부터 공동 피고인인 B 씨의 성명, 생년월일, 전과사실이 기재된 다른 사건 판결문 사본을 제공받게 된다.
A 씨는 2022년 8월 본인과 B 씨 사이 진행되던 민사소송에서 이 판결문 사본을 탄원서에 첨부해 제출했는데, 결국 A 씨는 B 씨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관련 뉴스
재판에서는 형사사건 피고인이 소송서류 등을 열람‧복사한 경우 법원을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 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 입장은 달랐다.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는 피고인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경우에 성립된다”며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서 법원과 ‘재판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서 법원은 구별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개의 사건에 대해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수소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재판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게 했고,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음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봤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