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여 만에 7%대로 올라섰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면서 내부유보율을 높이고 몸집키우기에 나서는 반면 고용은 소극적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산총액기준 10대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지난해 12월말 유보율은 1160.8%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1045.7%보다 115.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얼마나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유보율이 높으면 일반적으로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탄탄하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설비투자 등 생산적 부분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곳간을 풀지 않은 셈이다.
또한 2009년말 10대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21조3011억원으로 1년전보다 0.6%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잉여금은 246조6597억원으로 11.4% 증가했다.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놓은 잉여금이 자본금의 10배를 훌쩍 넘어선 셈이다.
대기업들의 투자부진은 현금성자산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0대그룹의 현금성자산을 모두 합산하면 49조6240억원으로 전년대비 6조9241억원이 늘어났다.
아울러 몸집키우기에도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한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그룹이 2008년 48개에서 지난해에는 53개로 5개나 늘었다.
이들 대기업의 계열사도 1137개에서 1264개로 증가했으며 포스코, LS가 각각 12갰기 늘렸고 현대백화점이 7개, 롯데와 현대건설이 각각 6개씩 확대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대기업들이 각종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해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고용, 투자확대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기업들의 고용이 제자리에 멈추고 있다는 것은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용현황 비교가 가능한 주요 대기업(90개사)의 종업원은 지난해 말 59만2372명으로 2005년 말보다 9269명 증가해 1.58% 늘어나는데 그쳤다.
90개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2005년 말 58만3103명에서 2006년 말 58만7586명, 2007년 말 58만2885명, 2008년 말 58만7966명 등으로 58만명대를 맴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작년에 59만명대로 올라선 것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세가 빠른 데다 정부의 채용 요구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대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여력이 있는 만큼 좀더 적극적으로 채용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