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이 '말도 안되는 안이다'라고 하면 용산 사업 망친다는 독박을 쓸 것 아닙니까. '협상테이블 안에 들어가서 단도리 잘해서 사업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거에요."
31조원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튀어나온 전략(SI)적, 재무(FI)적 투자자들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냐는 기자의 물음에 삼성물산 관계자가 퉁명스럽게 한 답변이다.
22일 드림허브 이사회를 마치고 중재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삼성물산측의 속내는 탐탁치 않은 표정이 뚜렷히 엿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건설투자자가 아닌 드림허브 참여사들의 언론플레이.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야 가타부타 할 말이 없지만 방식이 틀렸다는 얘기다.
실제 이사회는 물론 실무협의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의 논의도 없이 언론에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은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도 삼성물산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드림허브 투자자들까지 나서 언론에다 장난을 치고 있다. (삼성물산이 용산사업을 망친다고 몰아가는)이런 분위기에서 협상테이블에 안 들어가면 삼성물산만 역적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들의 언론플레이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SI, FI들이 중재안을 통해 리스크를 미리 덜어보려고 내놓은 중재안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코레일이 사업중단을 불사하겠다며 소송까지 불사하자 엄청난 투자손실을 염려한 이들이 중재안으로 큰 낭패는 면하기 위해 부랴부랴 나섰다는 것이다.
또다른 공공사업자에 대해선 더 할말이 많다. 드림허브라는 시행 책임사가 있는 데도 토지대금 관련 소송을 삼성물산에 제기하는가 하면 보도자료에 삼성물산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행태는 공기업으로서의 신뢰와 체면을 모두 잃어버리게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일처리를 이렇게 해서 되겠는가. 신뢰를 잃어서 용산사업을 할 수 있겠는가 싶다"라고 까지 말했다.
아울러 중재안이 나온 상태이긴 하지만 자금마련이나 지급보증과 관련, 지분율대로 리스크를 부담하는 게 맞다는 논리도 여전했다. 중재안으로 지급보증 액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긴 하지만 최근과 같은 부동산경기침체기에 30조원에 이르는 사업의 절반의 지급보증을 20% 남짓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건설사가 책임지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금호건설이나 남광토건 등 건설투자자들 중에 이미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들이 다수 있는 것도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서기 힘든 이유라는 것.
다만 중재안에 대해 삼성물산은 "진일보한 대안은 맞다"라고 인정하고 있어 향후 입장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날선공방만 하다가 그래도 고민하고 검토할 수 있는 '안'이라도 나왔으니 최악의 상황은 넘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에 언론플레이로)삼성물산의 모양새가 웃기게 됐다"면서도 "그래도 사업성공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