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성 주요 계열사 현직 CEO 가운데 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분석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출신지역 현황을 살펴보면 27명의 CEO 가운데 영남권 출신(대구 4명, 경북 3명, 경남 3명, 부산 2명)이 12명으로 과반수에 육박하고 있다.
또 충청지역 출신(충남 2명, 충북 3명)이 5명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서울 출신도 4명으로 많은 편에 속했다.
상대적으로 인력 풀이 적은 지역 중에서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대표(제주)와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강원 삼척)가 눈에 띈다.
공직의 경우 정부부처 핵심인사들을 중용할 때 이른바 ‘지역안배’라는 인사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수 인재가 고위직에 등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출신지역별로 적정 인원을 고위직에 배치시켜 공정한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 이같은 공직사회의 원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보니 특정지역 출신이 선호되는 경우가 많고, 능력위주로 선발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인력 풀이 적은 호남출신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삼성 계열사 중 대표적인 호남출신 경영자였던 배정충 삼성생명 부회장과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도 고문으로 물러남에 따라 호남출신 CEO가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부사장 이상 승진자 중에서도 전남 순천 출신인 곽상용 삼성생명 부사장이 유일한 호남출신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의 인사원칙은 철저하게 성과를 위주로 이뤄지게 된다”며 “특정지역 출신을 선호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의 고위 경영진 후보에 오른다는 점은 그만큼 능력이 입증됐다는 것이지만, 호남출신들이 CEO에 한명도 없는 것은 지나치다는 분위기도 있다.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사장단에도 호남 출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삼성전자 사장급 이상 경영진은 모두 19명.
이 가운데 호남 출신은 단 한명도 없으며, 서울·경기 지역과 대구·경북 지역 인사가 다수 포진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진이 되는 것은 능력도 검증돼야 하지만 다른 ‘보이지 않는 손’도 작용하기 마련”이라며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영남을 기반으로 시작한 곳이기 때문에 영남지역에 대한 배려는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