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기업 압박에 대한 재계 고위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정부의 대기업 옥죄기가 갈수록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출범 초기 ‘친기업’정책에서 ‘친서민 공정사회’로 돌아선 후, 국민정서에 반하거나 정책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연일 대기업 때리기에 한창이다.
자연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리들의 시장을 파괴하는 발언이 수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지난 1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기업이 비상장 계열사로 오너 일가 소유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회사를 세워 부를 편법 대물림하는 것은 합법을 가장한 지하경제로 변칙·부당거래인 만큼 앞으로 철저히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기업간 내부 거래를 상속이나 증여로 봐서 과세하는 게 과연 적절한 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이해가 되지만 우격다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MRO를 ‘지하경제’로까지 폄훼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MRO 간 상생협력을 위해 합의 과정을 거쳤는데 다시 이런 말이 나와서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 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은 자가당착이다.
가이드라인 핵심은 사업주가 도급 대금을 설정할 때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내하도급 업체들에게 기여도에 따라 나눠 줘야한다는 것. 올 초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시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초과이익공유제’와 비슷하다. 재계에선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수급사업주 교체시 원사업주가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원사업주의 노사협의회에 사내하도급 근로자대표가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한 것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사용자를 원사업주로 오인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사업주가 사내하청 근로자의 임금수준이나 고용조건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현대차나 금호타이어 등의 비정규직 노조가 이들을 상대로 투쟁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그동안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인사나 경영에 직접 개입할 경우 위장 계열사 운운하며 제재까지 했던 정부다.
자신이 회계사 출신이라며 정유사들의 기름값 원가를 직접 계산하겠다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술 더 떠 주유소 장부까지 뒤지겠다고 나섰다.
명분은 기름값이 오르는 데 정유사와 주유소가 서로 남의 탓만 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유가정책을 담당하는 지경부 장관이 할 말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처럼 힘으로 억누를 것이 아니라 유통단계를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정부의 마구잡이식 압박에 재계는 답답할 뿐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투자·고용 확대, 동반성장 동참, 가격 인하 등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하소연하지만, 정부는 모르쇠다. 듣고 싶은 얘기만 듣겠다는 태도다.
정부 혼자로는 경제를 이끌지 못한다. 경제의 주요한 주체인 기업의 협조를 구하고,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힘으로 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