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계에서 ‘IT컨버전스’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제 산업계의 IT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는 어떤 업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정유업계에서도 IT바람이 불고 있다. 이를 이끄는 건 요새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스마트폰’이다. 2009년 12월 80만명에서 현재 1500만명으로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최근의 스마트 시대를 연 일등공신이 됐다.
정유사들도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 스마트 시대에 맞춰가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하고 있다.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유업계이지만 곳곳에 IT기술이 접목돼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주유소 찾기부터 주유 결제까지 소비자들은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 소비자도, 일선 주유소들도 간편하기는 매한가지다.
판매 일선에서 뿐만 아니라 정유사 내부에서도 IT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른 바 ‘스마트 워킹’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업무를 IT기기를 통해 처리한다.
이 같이 IT는 이미 정유업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소비자들에게 더 빨리, 더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유업계의 IT바람에 대해 살펴봤다.
◇고유가 시대 ‘싼 주유소 찾기’ 스마트폰 하나면 끝= 요새 기름값 때문에 소비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일부 주유소들은 리터당 2300원에 육박할 정도다. 싼 주유소들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때문에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목적지를 돌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캐이션 하나만 있으면 이 같은 수고는 할 필요가 없다. 바로 한국석유공사가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오피넷’이다. 웹상의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을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옮겨왔다. GPS 기능과 연동돼 주유소의 연료별 판매가격, 부가서비스, 위치 등 주요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게 해준다. 증강현실을 통해 주유소 찾기 기능도 지원한다.
정유사도 자체 스마트폰 앱을 소비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안드로이드 체제의 ‘엔크린 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변 SK주유소를 찾을 수 있고, 자신의 주유 실적을 확인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과 티 스토어(T-store)에서 누구나 다운 가능하다. 또 SK엔크린에서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를 앱을 통해 직접 신청 가능하며, 쿠폰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자체 앱을 운영 중이다. 엔크린 앱과 마찬가지로 포인트 현황, 주유 실적 등을 검색 가능하다. 국내 4대 정유사 가운데에선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자체 앱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전자 지갑’으로 주유 결제도 간편= GS칼텍스 소비자들은 올 하반기부터 신용카드, 선불카드, 멥버십 카드, 쿠폰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주유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GS칼텍스는 정유업계에선 처음으로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와 이와 관련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는 오는 10월정도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이뤄질 예정이다.
GS칼텍스는 10월까지 전국 4000여개 주유소와 가스 충전소의 모든 결제 단말기를 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GS칼텍스 단말기에 LG유플러스 NFC 탑재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신용카드 또는 선불카드 결제와 멤버십 카드 혜택, 쿠폰 사용 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소비자의 스마트폰이 일종의 ‘전자 지갑’이 되는 셈이다.
또한 이 스마트폰엔 RFID 태그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해 소비자들이 GS칼텍스 주유소 내 안내 포스터나 쿠폰 등의 태그에 접촉하면 할인 및 부가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GS칼텍스 주유소에 개방형 와이파이 존을 구축, GS&Point 가입자들에게 무선 인터넷 환경도 무료로 제공한다. 주유소에서도 약 100Mbps 속도의 인터넷을 즐길 수가 있다.
이제 주유소는 기름을 넣기 위해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받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업계는 GS칼텍스와 LG유플러스의 업무 협약을 시작으로 향후 LTE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타 이통사들과 정유사들의 NFC 결제 시스템 구축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 내부에서도 ‘스마트 워킹’= IT를 통한 정유업계의 변화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모바일 오피스 도입에 맞춰 전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기본 업무를 비롯해 영업 및 생산관리 등도 언제 어디서나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결제시간 단축 등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스마트 시대를 맞아 내외부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면서 “IT 기술을 활용한 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통해 경쟁력 향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경쟁사 GS칼텍스는 허동수 회장이 직접 나서 ‘스마트 워킹’을 강조하고 나섰다.
우선 GS칼텍스는 1973년 1월부터 38년간 책자형으로 발간한 사보를 모바일로 전환하기로 했다. 책자형 사보는 지난달로 종료돼 이달부터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사보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GS칼텍스는 임직원 3000여명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고, 문서관리 시스템도 개편할 계획이다. 허 회장은 6월호 사보에서 “디지털 제품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직원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