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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고객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조치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자사 상품 편입비중 제한에서 제외된 보험업계는 한숨 돌리는 표정이다.
◇은행권 “소비자 선택권 제한”= 퇴직연금 적립금의 99.8%를 자사 상품으로 운용했던 은행들은 이번 금융위의 조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객의 선택권이 박탈될 수 있고 타사 상품 취급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도 짧은 시간에 이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약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고객입장에서 타사상품을 30% 이상 취급하라는 게 황당할 수 있다”며 “전산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자칫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의 예금을 권해야 하는 상황에 고객과의 마찰이 생길 수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보험업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성향상 나머지 30%도 은행 상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 결국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 “당연한 결정, 꺾기 근절은 지켜봐야”= 반면 금융위는 자사 상품 편입비중 제한 규정에 보험사를 제외했다. 다른 업권과 달리 보험사의 퇴직연금은 국공채, 타사예금, MMF(Money Market Fund·수시입출금식 수익증권) 등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상품 운용단계에서는 자사상품이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 보험사의 경우 일반계정과 특별계정간의 운용과 손익이 이미 엄격히 분리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보험업계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은행의 경우 퇴직연금으로 자금을 받아 자사의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다른 고객 예금과 묶어서 운용한 점이 문제가 됐지만 보험업계는 일반계정, 특별계정의 분리운용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은행의 금리와 보험사의 이율은 다른 개념이고 자사 상품 편입 문제도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보험사가 자사 상품 편입규제에서 제외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안으로 보험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은행의 영업력이 다소 타격을 입겠지만 대세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은행이 거래 기업을 상대로 하는 퇴직연금 영업에 계속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 은행은 안정성을, 증권사는 운용부문의 강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험업계의 입지가 계속 줄어들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꺾기 관련 규제는 은행쪽이 잘 이행하느냐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영업력 차이가 상당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