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환율과 증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채권시장은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격 강등 이후 외국인은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3조원을 빼내 갔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2일부터 8일까지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한국 채권 순매수 규모는 약 9400억원에 이른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8월부터 5개월 사이에 13조6000억원어치 채권을 처분하고 한국 시장을 떠났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1일 3.90%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일 3.60%로 30bp(1bp=0.01%P) 급락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4.05%에서 3.81%로 24bp 내렸고 장기물인 10년물과 20년물 국고채 금리도 각각 18bp와 21bp 떨어졌다.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채권값은 연일 폭등하고 있는 것.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2008년과는 달리 안정적인 한국경제 상황을 외국인 채권 매수의 원인으로 분석한다. 한국은 2008년 당시 경상수지는 31억달러(1∼8월) 적자를 보였으나 2009년에는 32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282억달러 흑자를 지속했다.
정부는 올해에 약 16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외화보유액 규모도 커져 2008년 8월 2432억달러였던 외화보유액은 지난달 말 3110억원으로 28%가량 늘었다.
특히 2008년 9월 말 51.9%에 달했던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올해 3월 말 현재 38.4%로 떨어졌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미국발 충격으로 외국인이 한국 채권 매수를 중단하거나 자금을 철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가 줄어 이탈된 자금이 갈 수 있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같으면 유럽으로 옮겨갔겠지만, 위기설이 나도는 유럽 국채도 변변한 투자대상이 될 수 없어 아시아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금의 ‘탈 서구화’가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한국 채권 매수는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