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내놓은 대출 총량 규제와 후속대책에 대해 금융권 대표 최고경영자(CEO)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내비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지난 23일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건립기금 기부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예대율 규제 강화 등 정부정책에 발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같은 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서울 면목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가계대출 문제는 직접규제도 좋지만 대손충당금을 이용한 간접 규제도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무리한 총량규제가 가계대출 중단 등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한 것에 대해 두 CEO간 상반된 입장을 내비친 것. 어 회장은 정부정책에 더욱 호응하겠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김 회장은 간접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CEO가 정부정책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은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간 가계대출 여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월대비 0.2% 가량에 불과하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가계대출 증가율 전월대비 0.6% ’을 감안하더라도 3000억원 가량 신규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다르다. 하나은행은 가이드라인인 ‘전월대비 0.6%’까지 500억~600억원 가량 남았다. 가계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어 회장은 이같은 입장을 반영, “가계대출이 없으면 국민은행이 살 수 없다”며 “가능하면 실질적으로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는 가계에 대해서 더 공급을 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CEO간 ‘동상이몽’은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알 수 있다.
어 회장은 향후 금융시장 전망에 대해 “경제가 빠른 시일 내 회복되겠지만 유럽의 금융 불안과 미국의 소비 축소 때문에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며 “V자 아닌 U자형 회복세가 오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 회장은 “거시적으로 보면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있지만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며 “곧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밝혀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