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농심이 프리미엄 라면시장을 열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신라면 블랙을 4개월만에 생산 중단을 선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주가를 견인할만한 상승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사실도 투자자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
신라면 블랙은 출시이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월매출도 9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장 광고 혐의로 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추락은 시작됐다. 거기에 가격거품 논란까지 불거지며 농심의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신라면 블랙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월매출도 20억원 아래로 줄어들었다.
결국 농심은 3년 동안 공들여 개발한 신라면 블랙의 생산의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론으로 보인다. 이 소식에 농심의 주가는 30일 장 초반 하락했지만 기관 매수세에 결국 1.47% 오른 24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큰 매출을 차지하지 않고 적자를 내던 신라면 블랙의 생산중단이 오히려 장 후반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당분간 농심의 이미지타격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라면의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고급화 시도도 움츠려들 전망이다. 박종록 한화증권 연구원은 “신라면 블랙의 매출액이 크지 않아 농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농심의 첫 프리미엄 라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며 기업의 성장전략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농심의 프리미엄 라면 시도가 정부에 의해 좌절되면서 농심이 새로운 제품개발로 가격 인상을 추진하려던 계획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신라면 블랙 생산 중단으로 주가상승의 모멘텀이 상당히 취약해지면서 하반기에도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앞으로 농심의 라면 고급화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라면을 프리미엄화 하려던 농심의 의도가 공정위에 의해 억울하게 막힌 측면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라면시장이 프리미엄화 돼가고 있기 때문에 농심은 프리미엄 라면 개발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